Ⅰ. 서론
최근 한국 주택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다. 이 용어는 2018년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 양도세 강화, 대출 규제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도입되면서 등장하였다.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자, 투자자들은 여러 채를 분산 보유하기보다는 강남 3구와 같은 고가·우량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는 한국 주택시장에서 투자 행태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의 선호 변화라기보다, 정책 충격과 금융 여건 변화가 주택시장의 체계적 위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금융시장의 다른 자산군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상이한 특성을 갖는다. 주택은 비유동적(illiquid)이며,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 높고, 지역별 이질성(heterogeneity)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 변동성은 일반적인 금융자산과 달리 지역적 특수성, 정책 변화, 거시경제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이러한 점은 Lin and Vandell(2006)이 밝힌 바와 같이, 부동산은 거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마케팅 기간이 불확실하고, 자산 간 대체 가능성이 낮아 가격 책정이 지연되는 특징에서 잘 드러난다. 이처럼 주택시장은 다른 금융자산과 달리 구조적 제약과 시장의 불완전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태적 접근으로는 위험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시장의 체계적 위험(베타)은 고정적이지 않고, 시기별·지역별로 변동하며, 경제위기나 정책 충격 시 그 민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내외 선행연구들은 이러한 동태성을 다각도로 검증해왔다. Himmelberg et al.(2005)은 미국 주택시장에서 기대수익률 추정의 어려움과 지역별 특성을 강조하였으며, Gallin(2008)은 주택가격과 소득 간 장기적 균형관계가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국내연구로 신종협·서대교(2014)는 주요 도시 간 주택가격의 연계성과 전이효과를 분석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충격이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계층적 전이 구조를 확인하였다. 또한 김중득·이영수(2016a)는 칼만 필터(Kalman filter) 기반의 시간가변적(time-varying) 베타 추정을 통해 금융위기 전후 주택시장의 위험 노출도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였으며, 전해정(2015)은 GARCH (Generalized Autoregressive Conditional Heteroskedasticity)·EGARCH(Exponential Generalized Autoregressive Conditional Heteroskedasticity) 모형을 적용하여 매매·전세·월세시장 간 변동성 전이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정태적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 접근만으로는 주택시장의 복잡하고 동태적인 위험 조정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고, 시장 국면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시간가변적 분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CAPM을 기반으로 한 시간가변적- 베타 추정 모형을 활용하여 서울 아파트 시장의 체계적 위험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최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집중적 선호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아파트를 연구 대상으로 한정함으로써, 한국 주택시장의 거래와 재고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유형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주택 재고 측면에서도 아파트는 1,287만 호(65%)로 단독주택, 연립·다세대주택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1)한다. 이러한 점은 아파트가 한국 주택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표적 자산임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차별성과 학문적 공헌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연구들이 주택시장을 전체적으로 분석하거나 특정 시점에 국한된 분석을 주로 한 반면, 본 연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강남 3구, 마용성, 노도강 등 지역 단위로 세분화(segmentation)하여 지역별 위험 구조의 차이를 비교한다. 이를 통해 서울 전체 시장과 하위 시장 이질성을 반영한다.
둘째, 기존 CAPM 모형이 정태적 베타를 전제로 한 것과 달리, 본 연구는 칼만 필터 기반 상태공간모형(state-space model)을 적용하여 시간가변적 베타의 동태적 변화를 추정한다. 이를 통해 금융위기, 금리 급등기, 코로나19, 정책 충격 등 시기별 요인이 주택시장 위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할 수 있다.
셋째, 최근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연결시켜 정책 충격과 금융시장 변화가 주택시장 위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밝힘으로써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과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논문의 Ⅱ장에서는 시간가변 베타추정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였고, Ⅲ장에서는 칼만 필터를 이용한 시간가변적인 베타모형 추정방법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Ⅳ장에서는 분석자료에 대하여 설명하고, Ⅴ장에서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Ⅵ장에서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Ⅱ. 선행연구
CAPM의 정태적 베타 가정은 실제 금융·부동산 시장의 동태적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Ferson and Harvey (1991), Harvey(1989), Schwert and Seguin (1990) 등은 금융시장에서 베타가 시기별로 달라지는 불안정성을 보여주었고, Ang and Chen (2007)은 상태공간모형과 칼만 필터를 통해 주식시장의 시간가변적 베타를 실증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기에 베타가 급격히 변화하며, 체계적 위험이 동적으로 조정됨을 강조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간가변적 베타를 추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Brooks et al.(2000), Hoesli and Reka(2013), McAllister and Lizieri (2006), Sing and Tsai(2017) 등은 부동산 자산과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에 대해 칼만 필터나 GARCH-M(GARCH-in-mean model) 모형을 적용하여,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의 체계적 위험이 시기별로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국내 연구로 김중득·이영수(2016a)는 서울·부산 구별 아파트 가격지수를 이용해 칼만 필터 기반 시변 베타를 추정하고, 적합성은 AR(1) 시변 베타가, 예측력은 임의보행 시변 베타가 가장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태적 CAPM의 한계와 지역효과를 함께 분석한 김중득·이영수(2016b)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시장초과수익의 부호에 따라 베타의 역할이 달라지고, 지역 고정효과를 통제해야 베타-수익 상충관계가 뚜렷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변동성·전이 관점에서 신종협·서대교(2014), 장한익 외(2021), 전해정(2013, 2015) 등은 GARCH/EGARCH, VAR-GARCH(Vector Autoregression-GARCH Model), 이변량 GARCH로 금융위기 전후 한국 주택가격·전세가격의 비대칭성, 변동성 전이, 시간가변적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동태성을 밝혔다.
최근 CAPM 모형을 기반으로 주택시장의 시간가변적 위험요인과 베타에 관한 해외연구를 살펴보면, Alam(2021)은 REITs와 주택자산의 수익률을 대상으로 시간가변적 베타를 추정하여, 주택부문의 체계적 위험이 경기국면과 통화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짐을 보였다. 또한 Huang(2022)은 미국 주(州) 단위 주택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거시경제 리스크, 인구·주택수요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 신용 리스크, 시장 리스크 등 다섯 가지 요인에 대한 노출을 통해 설명되며, 이 노출계수(β)가 시간에 따라 유의하게 변화함을 분석하였다. Rojo-Suárez et al.(2022)은 영국 주식시장의 유동성 요인을 고려한 시간가변 CAPM을 추정하여, 시장 유동성 변화가 베타의 동태적 변동성과 수익률 예측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또한 Zhao(2024)는 이질적 자기회귀(heterogeneous autoregressive model, HAR) 구조를 결합한 CAPM-HAR 모형을 제시하여 베타의 단기·중기·장기 구성요소가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상이하게 반응함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전통적 CAPM이 설명하지 못한 시간가변적 위험노출의 과정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최근 해외 연구들은 CAPM 계수(β)가 경기·정책·유동성 환경에 따라 시기별로 동태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시사하며, 주택시장의 체계적 위험 역시 고정된 값이 아니라 거시경제적 충격과 금융 여건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의 흐름에 맞춰, 서울 및 주요 하부권역(강남 3구, 마용성, 노도강)을 대상으로 칼만 필터를 활용한 시간가변적 베타를 추정하고, 최근 금리 변화 및 정책변화 등 주요 거시경제 환경과 연계한 해석을 통해 국내 주택시장의 체계적 위험의 구조를 동태적으로 규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문헌을 확장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Ⅲ. 분석모형
본 연구에서는 CAPM의 전체 시장포트폴리오와 개별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전국 아파트 시장과 서울 지역 아파트 시장으로 설정하면 (식 1)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2)
여기서 Rm,t와 Ri,t는 각각 t 시점의 전국과 서울지역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 수익률을 의미하며, rf,t는 무위험수익률을 나타낸다. 따라서 Ri,t-rf,t는 서울 지역의 아파트 포트폴리오에 대한 위험프리미엄, Rm,t-rf,t는 전체 아파트시장의 위험프리미엄을 의미한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베타(βi)는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위험 프리미엄의 공분산을 전국 아파트 위험 프리미엄의 분산으로 나눈 값이며, 이는 단순 선형회귀분석으로 추정할 수 있다.
CAPM에서 베타의 시간가변성을 추정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본 연구에서는 장국현(1998)에서 제시한 확률보행과정(random walk process)의 베타 추정 모형을 이용3)하였다.
(식 3)에서 CAPM의 (식 1)과 동일하게 t 시점의 전국과 서울 지역의 위험 프리미엄을 설정하였다. 반면, 체계적 위험을 나타내는 베타(βt)는 (식 4)와 같이 확률보행과정을 따른다고 가정하였다.
CAPM 추정에 있어서 확률보행과정 가정하에 시간가변적인 베타(βt) 추정을 위해서는 칼만 필터링 방법을 이용한 추정이 필요한데, 이때 상태-공간모형의 관측 방정식과 상태방정식을 각각 (식 3)과 (식 4)가 되고, 다음과 같이 칼만 필터를 이용해 추정이 가능하다.
예측방정식:
조건부 예측오차 및 예측오차분산:
칼만교정항 :
교정방정식 :
여기서 Yt=Ri,t-rf,t, Zt=Rm,t-rf,t를 의미하며, 시간가변적인 베타(βt)는 확률보행과정을 바탕으로 t 시점마다 추정하고, 발생한 예측오차를 칼만교정항으로 교정하여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시점별 추정한 베타(βt)를 살펴볼 수 있다.
시간가변적인 베타 모형에서 베타(βt)가 시간가변적인 움직임을 갖는지 여부는 (식 4)의 의 유의성에 따라 달라진다. 가 유의하게 추정되었다면, 서울 지역의 체계적 위험은 시간가변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Ⅳ. 분석자료
본 연구의 실증분석기간4)은 2003년 12월부터 2025년 7월까지이며 CAPM에서 시장포트폴리오의 대용지표로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사용하였고, 개별포트폴리오는 서울, 강북 지역(14개구), 강남 지역(11개구), 강남·서초·송파(이하 강남 3구), 마포·용산·성동(이하 마용성), 노원·도봉·강북(이하 노도강) 등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이용하였다.5)
전국 아파트 시장과 서울 및 하부지역 개별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로그 차분한 연속복리 수익률을 사용하였으며 무위험이자율은 5년 만기 국민주택 1종 채권수익률을 월간 수익률로 환산하였다. 아파트시장 전국 수익률과 서울 전체 및 하부 시장별 개별수익률의 경우 무위험수익률을 각각 차감한 초과수익률을 사용하였다.
<표 1>의 기초통계량 분석결과를 보면 아파트시장에 대해 전국, 서울 전체 및 하부 시장별 초과수익률 변수들의 평균값은 대부분 음(‒)의 값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전국(‒0.0008), 서울(‒0.0002), 강북(‒0.0004), 마용성(‒0.0015) 지역의 초과수익률에서 음(‒)의 부호가 확인된다. 반면 강남 3구(0.0008), 마용성(0.0001)은 평균적으로 그 크기는 작으나 양(+)의 수익률을 보이는데, 지역 간 차별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국과 서울, 강북 및 강남 3구 변동성은 모두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표준편차 또한 0.006~0.008 수준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왜도(skewness)와 첨도(kurtosis)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의 왜도가 관찰되어 꼬리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비대칭 분포를 보인다. 특히, 마용성(‒2.6701), 강북(1.7177), 서울(1.2506) 등의 왜도가 0에서 크게 벗어나는 분포적 특성을 보인다.
첨도는 정규분포의 기준값을 초과하며, 특히, 노도강(17.3821), 강북(16.4016), 서울(13.3106) 등 순으로 정규분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규분포 대비 뾰족하고 두터운 꼬리를 가지는(leptokurtic)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Jarque- Bera 검정 통계량은 모든 지역에서 유의수준 1%하에서 기각되며 정규성을 따르지 않고 있다.
V. 실증분석
<표 2>와 <표 3>은 서울 및 주요 지역별 아파트의 일반적인 CAPM 모형 추정을 통해서 얻은 베타(β)값의 결과를 요약하였다. 서울 전체는 1.0648로 전국 아파트 시장과 유사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의 체계적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전국 아파트시장과 일부 동조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로는 강북 지역(β=1.0683)과 강남 지역(β=1.0599)이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나, 강남 3구 안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강남구(β=1.1515)와 송파구(β=1.1918)는 1을 크게 초과하여 시장 변동성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서초구(β=1.0120)는 1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낮은 민감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라 하더라도 강남구와 송파구가 서초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민감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 모수 | 서울 | 강남 3구 | 마용성 | 노도강 | ||||
|---|---|---|---|---|---|---|---|---|
| 추정치 | t-값 | 추정치 | t-값 | 추정치 | t-값 | 추정치 | t-값 | |
| 상수 | 0.0006 | 1.883 | 0.0018 | 3.189 | 0.0010 | 2.567 | -0.0001 | -0.402 |
| β | 0.8513 | 16.439 | 0.8084 | 8.715 | 0.7109 | 11.007 | 1.1195 | 24.904 |
| 0.626 | 0.318 | 0.427 | 0.794 | |||||
수정된 결정계수를 살펴보면, 서울 전체는 0.675로 비교적 높은 설명력을 보였으나 강남구(0.358), 서초구(0.321), 송파구(0.391)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CAPM은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 차원에서는 일정 수준의 설명력을 보였으나,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강남 3구를 비롯해 마용성, 노동강의 설명력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통적인 CAPM이 지역별 주택시장의 복잡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시기별 시장위험의 변화를 단순 베타 하나의 값으로 나타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Recursive(축차식) OLS(ordinary least squares) 추정결과를 나타내는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베타의 시간가변성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이전 데이터에서는 서울은 1.5수준으로 베타가 추정되는 반면, 2025년까지 확장하면 1에 근접하게 된다.
특히, 서초구는 시기별 베타의 변화폭이 서울보다 큰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하위지역으로 갈수록 주택시장의 복잡성과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시장 상황·거시경제 변수·정책 변화 등에 따라 시장위험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한 시간가변 베타 추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6)
한국부동산원 통계7)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2.2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북 지역 9.5억 원, 강남 지역 14.9억 원이며, 특히 강남 3구는 평균 25억 원으로 서울 내 대표적인 고가 주택 밀집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강남 3구 내에서도 강남구 27.2억 원, 서초구 26.5억 원, 송파구 21.2억 원으로 가격 격차가 존재한다. 반면, 마용성은 평균 16.2억 원으로 중고가 주거지로 자리 잡았으며, 노도강은 평균 6억 원 수준으로 서울 내 상대적 저가 주택지로 구분된다. 이러한 가격 분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고가·중가·저가 시장으로 세분화(segmentation)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표 4>와 <표 5>는 CAPM의 시간가변적인 베타 추정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및 하위 모든 지역에서 σv은 베타의 변동성(standard deviation of time-varying beta)이 유의하게 추정되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체계적 위험은 시간 가변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및 <그림 3>에서는 칼만 필터를 통해 추출 가능한 스무딩한 시점별 베타를 시각화하였다. 이를 통해 지역별 아파트 시장의 체계적 위험 변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의 베타 변동성은 0.2033으로 나타나, 전국 주택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보다는 시기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강북 지역은 0.3825로 서울 전체보다 높아, 전국 시장 충격에 대한 민감도의 변화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림 2>에서 보듯이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금리 급등기(2022년 이후) 시기마다 베타가 급격히 변화하였다. 이는 강북 아파트 시장이 규제나 금융 여건 변화에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반영한다.
강남 지역의 베타 변동성은 0.2760으로 강북보다 낮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강남 3구로 세분화하면, 강남구(0.4465), 서초구(0.5466), 송파구(0.4130) 모두 서울 전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여,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 전국 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민감도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지역은 2010년대 중반까지는 베타가 2 이상으로 상승하는 등 전국 시장보다 훨씬 공격적인 움직임(β>1)을 보였으나, 코로나19와 2022년 금리 급등기 이후에는 1 이하로 하락하거나 일시적으로 음수(β<0)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이는 강남 3구가 위기 시 전국 시장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정책 규제와 투자심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림 2>의 시간가변적 추정 결과는 베타가 시기에 따라 일정하지 않고 거시경제 충격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동태적으로 변하는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7년 이후 부동산 규제 강화, 2022년 금리 급등기 등 주요 시기마다 베타의 급격한 변동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주택시장이 정태적 CAPM 가정과 달리 시간가변적 위험 구조(time-varying risk structure)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체적으로 전국 시장과 정(+)의 체계적 위험 관계를 갖는 가운데, 강북·강남 및 강남 3구 각각 구별 안에서도 차별성이 존재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베타(β)를 단일한 정태적 값으로 추정할 경우,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변동성과 구조적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정부 규제, 금융정책, 거래량 변화, 재고량 조정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금융정책 변화가 베타의 시간 가변성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loan-to-value ratio, LTV)·총부채상환비율(debt-to-income ratio, 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DSR)과 같은 대출 규제가 정부 교체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강화와 완화를 거듭하였다. 예컨대,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LTV 규제가 주요 정책 변수로 작용하였고, 2017년 이후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총량 규제 등이 시장을 직접적으로 제약하였다. 2019년 이후에는 DSR 규제가 도입되면서 차주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대출 한도가 설정되었고, 이는 가격 변동성과 함께 베타 추정치의 시간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거래량의 급격한 변동은 베타의 시간가변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는데, 2021년 33만 건을 넘었던 전국 아파트 거래량8)은 2022년 8.8만 건으로 급락하였다가 2024년 다시 22.2만 건으로 회복하였다. 이처럼 거래량과 거래금액의 급격한 변동은 시장 참여자의 기대, 유동성 상황, 규제 대응에 따라 달라지며, 동일한 지역이라도 시기별로 시장 위험 노출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을 하위 3개의 주요 아파트 시장으로 구분하기 위해 2012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의 기간9)을 추가로 분석하였다. 강남 3구, 마용성, 노동강의 아파트 매매시장에 대한 분석결과는 <표 5>와 <그림 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서울 전체의 베타 변동성(σv)은 0.1176으로 나타나 전국 시장과의 민감도가 일정하지 않고 시기에 따라 의미 있는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강남 3구는 0.2009로 서울 전체보다 크게 나타나, 전국 주택시장 충격에 대한 위험 민감도의 변동성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용성은 0.1063으로 베타의 변동성이 비교적 낮아 전국 시장과의 동조성이 완만하게 유지되었으며, 노도강은 0.1735로 실수요 중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기에는 전국 시장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강남 3구의 시변 베타(β)는 거시충격과 정책국면의 변화에 따라 뚜렷한 반응을 보여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급격한 유동성 경색 속에 β가 2 이상에서 1 이하로 하락하며, 시장 급락기에 상대적 가격탄력성이 완화되는 방어적 특성(defensive response)을 보였다. 또한 2017년 ‘8·2 부동산대책’과 ‘9·13 대출규제’ 등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세제 강화가 집중된 시기에도 β는 1 이하로 하락하며, 거래위축 및 재건축 규제 강화에 따른 위험 민감도가 약화되었으며, 2022년 이후에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DSR 전면 시행, 세제 강화가 중첩되면서 β가 일시적으로 음(‒)으로 전환(β<0; 시장과 반대 움직임)되었는데, 이는 시장 하락기에도 상대적 조정 지연 또는 가격 경직성이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강남 3구가 고가 주택 밀집지역으로서 정책 규제와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위기 시기에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공존함을 시사한다. 다만, β의 음(‒)의 값을 보이는 현상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정책적 제약과 행태적 요인 등을 함께 작용한 시장의 미시적 조정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규제 강화와 세제 부담은 공급탄력성을 약화시켜 가격조정을 지연시키며(Caldera and Johansson, 2013), 신용제약은 수요 조정 속도를 완화해 시장의 반응성을 낮춘다(Oikarinen, 2012). 또한, 주택보유자의 매도관성(selling inertia)은 하락기 매물 출회를 억제하여 가격 하방경직성을 심화시킨다(Piazzesi and Schneider, 2009). 이러한 요인들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강남 3구는 경기하강기나 규제국면에서도 거래량 급감·공급제약·정책기대가 동시에 작용해 시장 전체와 비대칭적인 조정경로를 보이게 된 결과로 보인다.
마용성은 강남 3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2020~2021년 초저금리 기조와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확산된 시기에는 β가 일시적으로 상승하여 1.5 내외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수요 유입이 시장 변동성을 일시적으로 높인 결과로 해석된다. 이후 금리 인상기에는 β가 다시 1 이하로 하락하며, 시장 위험에 대한 반응이 둔화되는 방어적 특성(0<β<1)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마용성이 강남 3구에 비해 시장을 선도하기보다는 후행적으로 반응하는 투자 대체지의 성격을 지님을 의미한다.
노도강은 전반적으로 실수요 중심의 완만한 반응성(0<β<1)을 유지하면서도, 유동성 환경 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는 특성을 보인다. 다만 일부 기간에는 β가 2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초저금리 환경에서 실수요 외 투자수요 유입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관련 선행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Brooks et al.(2000)은 경기순환에 따라 부동산 β가 동태적으로 변한다고 분석하였고, McAllister and Lizieri(2006)는 금융위기 시 REITs의 β가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을 분석하였으며, Hoesli and Reka(2013) 또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금융위기 전후로 β가 구조적으로 변동함을 강조하였다. 국내 연구에서 이용만(2002)은 시간변동계수모형을 활용하여 주택가격의 기대수익률이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였는데, 이는 주택시장의 동태적 특성을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한 초기 연구로 평가된다. 이후 김중득·이영수(2016b)는 칼만 필터 기반의 시간가변 베타를 추정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β가 급격히 변동함을 발견하며, 주택시장의 체계적 위험이 시기별로 다르게 작동함을 보여주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고가·중가·저가 시장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지역별로 위험 구조와 시장 반응의 이질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는 과거의 시장 선도적 성격과 달리 최근에는 음의 베타(β) 값을 보이며, 전국적인 주택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는 서울 내 하부권역 간 체계적 위험이 상이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정책 변화, 금리 수준 등 거시 요인이 각 지역의 위험 노출도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태적 CAPM 접근만으로는 지역 간 차별적 위험구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시군구 단위에 국한된 시변 베타를 주요 지역으로 그룹핑하여 추정함과 동시에 해당 결과를 최근 주택시장 현상과 결부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이며, 정책적 측면에서는 지역 맞춤형 금융·세제정책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리스크 관리 및 예측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Ⅵ. 결론
본 연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대상으로 시간가변적 CAPM 모형을 이용하여 지역별 체계적 위험 구조의 동태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칼만 필터 기반 상태공간모형을 활용한 실증 분석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CAPM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위험 구조 변화와 정책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강남 3구는 장기간 β>1을 유지하며 전국 시장에 비해 높은 민감도를 보였으나,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이후의 급격한 금리 인상기와 같은 충격 국면에서는 β가 1 이하로 떨어지거나 음수로 전환되었다. 이는 강남권이 정책 완화기에 투기적 수요가 집중되는 고위험 지역임과 동시에, 위기 국면에서는 방어적 특성을 갖는 이중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10)
반면, 마용성은 서울 전체시장과의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2020~2021년 사이 β가 일시적으로 급등하였다. 특히 이 시기에는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생애최초·무주택자 대상 LTV 70%~80% 완화, 전세대출 완화 등의 정책적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금융규제(LTV·DTI·DSR)의 영향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3기 신도시 및 공공주도 공급 정책 등 주요 부동산 정책은 시장 국면별로 위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참여정부 시기의 강력한 규제(투기과열지구 확대, LTV 축소, 분양가상한제 도입)는 그전과 달리 체계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반대로 박근혜 정부의 완화 기조(LTV·DTI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는 강남권 β를 1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하게 하는 동인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보유세 강화(종합부동산세·재산세 현실화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와 더불어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고가주택 보유 및 투자 비용을 상승시키고 임대시장 유동성을 위축시켰다. 이러한 정책적 조치들은 실증적으로 강남권 β의 감소로 나타나, 투자 심리 위축과 함께 위험 구조의 단기적 재편을 시사하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공급 확대(3기 신도시 추진, 재건축 규제 완화), 금융규제 완화(LTV 상향,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확대), 보유세 완화(종합부동산세율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의 정책 기조를 통해 주택시장 접근성을 제고하였다. 이에 따라 최근 강남권 β가 다시 확대되어 시장 위험 프리미엄 확장을 동반하는 결과와 일치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주택시장의 위험 구조가 금융규제·세제·공급정책·임대차제도 등 복합적 정책 요인에 의해 시간적으로 변동하며, 이러한 변동성이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남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나아가 주식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자본자산가격결정이론을 주택시장에 확장 적용함으로써, 정책 충격과 체계적 위험 간의 상호작용이 실질적으로 존재함을 계량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
정책적 함의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과 같은 투자 집중 현상이 단순한 수요·공급 불균형뿐만 아니라, 금융·세제·대출규제·공급정책 등 복합적인 정책 조합과 위험 구조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주택시장의 민감도가 정책금리, 유동성 여건, 대출규제, 세제 변화에 따라 지역별로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은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지역별 위험 구조와 신용 접근성 등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본 연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거시경제 변수와의 동태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가계부채, 공급충격 등 다요인을 포함할 경우, 주택 단위·지역 단위의 변수들이 혼재되어 시군구 단위의 패널 자료로 일관성 있게 구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시자료 기반의 다요인 확장과 공간계량 접근을 적용하고, 전세시장·임대차 제도·금융 레버리지·공급충격 등 다양한 요인을 통합한 다변량 시계열 모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