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0년 토지거래허가제 등 국지적 수요 억제 정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함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관찰되었다. 기존의 정책 평가 연구들은 주로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 DiD) 등을 통해 거시적인 평균 가격이나 거래량의 변화를 추정해 왔다. 그러나 핀셋 규제와 같은 타겟형 정책은 필연적으로 내생성(endogeneity) 문제를 수반하므로, 정책의 인과적 파급효과(causal effect)를 엄밀하게 식별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더욱이 거시적 총량지표에 의존하는 접근은 거래 위축 이면에서 발생하는 시장 분절화와 거래 층위의 구조적 재편을 포착하지 못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책효과의 크기 자체를 규명하기보다는, 변경된 제도와 거시 환경 속에서 개별 시장 참여자들의 미시적 행동(가격 방어 메커니즘)이 어떻게 반응하고 재편되었는가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거래 침체기에도 주택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경제학적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ahneman and Tversky (1979)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높은 규제 및 거시 충격 환경에서 매도자는 가격 하락을 단순한 이익 감소가 아닌 ‘손실’로 인식하는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ion)을 띤다. 나아가 과거의 최고가를 자산 가치의 준거점으로 삼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가 결합되면서, 시장 침체기에도 호가 조정을 강력히 지연시키는 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이에 본 연구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책 개입 전후의 미시적 거래 분포 변화와 매도자의 가격 결정 심리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시장 구조의 변화 양상을 관찰하고 패널 모형을 구축하여 매도자의 닻내림 계수를 추정함으로써, 강력한 규제나 거시적 침체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택 가격 하방 경직성의 기제를 미시·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서울시 전역이며, 시간적 범위는 200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의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전수 데이터를 활용한다. 타겟형 정책 효과를 식별하기 위해 규제 지역(처치군)과 비규제 지역(대조군)을 구분하였으며, 거시 경제적 요인에 의한 가격 변동을 제어하고자 주택담보대출 금리, 전세가격지수, 주택 인허가 실적을 통제 변수로 포함하였다.
본 연구의 실증 분석은 크게 네 가지의 순차적인 흐름으로 진행된다.
첫째, 단절적 시계열 분석(interrupted time series[ITS], controlled interrupted time series [CITS])과 DiD 모형을 차례로 적용하여 규제 전후의 거래 변화 총량을 살펴본다.
둘째, 규제 전후로 나타나는 시장 내부의 재편 양상을 파악한다. 커널 밀도 추정(Kernel density estimation, KDE)을 활용하여 가격 분포의 형태적 변화(왜도 및 첨도)와 분위수별 거래 비중의 이동을 추적함으로써, 특정 가격대로 거래가 집중되는 시장 분절화(market segmentation) 현상을 시각적이고 통계적으로 검증한다.
셋째, 거래 침체기에도 가격이 방어되는 기제를 규명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의 닻내림(anchoring) 개념을 결합한 패널 회귀 모형을 구축한다. 동일 단지 및 면적의 ‘최근 5건 중 최고가’를 준거점으로 설정하고,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에서 과거 준거가격이 현재 실거래가에 미치는 영향을 국면별로 비교함으로써 닻내림 효과의 존재 여부와 강도 변화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완화 및 고금리에 따른 거시적 침체기가 도래한 이후 매도자의 닻내림 강도가 국면별로 어떻게 변하는지 동태적으로 관찰한다. 나아가 반사실적 시뮬레이션(counterfactual simulation)을 통해 외부 충격을 통제한 가상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준거가격이 시장 침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력현상(hysteresis)의 존재 가능성을 검토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고찰
Acemoglu et al.(2005)은 제도적 환경이 경제주체의 인센티브 구조를 형성하며, 이러한 인센티브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택시장에 가해지는 규제 역시 시장 참여자의 행동과 거래 구조를 변화시키는 제도적 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2020년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타겟형 규제는 실거주 의무와 거래 제한을 통해 진입 장벽을 높여 매물 잠김(lock-in)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Wheaton, 1990). 또한 강력한 대출 규제가 결합될 경우 자금 조달 여건이 취약한 계층의 시장 진입이 제한되면서 저가 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 중심의 거래가 유지되는 시장 분절화가 발생할 수 있다(배진희·이재수, 2022; 이호진·고성수, 2018; Ortalo-Magné and Rady, 2006). 동시에 규제 지역에서 이탈한 수요는 인접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정대성, 2023).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규제 및 금융환경 변화가 시장 참여자의 가격 결정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며, 단순한 거래량 변화에 가려진 시장 내부의 구조적 재편 과정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극심한 거래 침체기에도 가격이 버티는 하방 경직성은 매도자의 손실회피 성향으로 설명된다(Kahneman and Tversky, 1979). 주택 시장 침체기에 매도자는 합리적 시장 가치 대신 과거 가격을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삼아 호가 인하를 지연시킨다(Genesove and Mayer, 2001). Beggs and Graddy(2009)는 예술품 경매시장에서 과거 가격 정보가 현재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준거점으로 작용함을 실증하였으며, 이는 닻내림 효과가 주택시장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행동 기제임을 시사한다. 국내 연구들 역시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과거 가격 정보를 중요한 준거점으로 활용함을 보고하고 있다(김준형·루이스, 2013).
이러한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는 단순한 일시적 착시에 그치지 않고, 자산 가격의 이력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력현상이란 한번 형성된 경제적 상태나 심리가 외부 충격 요인이 사라지거나 거시 환경이 변화한 이후에도 원래의 균형으로 쉽게 회귀하지 않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을 의미한다(Blanchard and Summers, 1986; Cross, 1993). 즉, 불확실성이 큰 규제 환경이나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적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매도자는 이미 내면화된 과거의 가격을 하회하는 상황을 실질적 손실로 자각하여 준거가격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 번 높아진 가격 수준에 결속된 방어 심리는 국면이 전환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는 시장 전체의 하방 경직성과 거래 절벽을 장기적으로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규제 효과 연구는 주로 DiD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집값 급등 지역을 사후적으로 타겟팅하는 핀셋 규제의 특성상, 정책 개입의 내생성(endogeneity)과 평행 추세 위배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Besley and Case, 2000). 실제로 DiD나 ITS, CITS과 같은 전통적인 총량 기반의 거시 모형만으로는 타겟형 규제의 파급 효과를 온전히 식별하기 어렵다. 나아가 거시적 총량 지표의 평균에 의존하는 기존의 선형 패널 모형은 주택 시장의 본질적인 이질성과 가격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시장 내부의 질적 구조 변화를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는 학술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McMillen, 2015; Zietz et al., 2008).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 분위수 회귀 및 미시 분포 분석을 통해 계층적 시장 분절화 양상을 직접 관찰하고, 둘째, ‘최근 5건 중 최고가’를 준거점으로 한 매도자의 닻내림 계수를 추정하여, 거시적 침체기 속에서도 유지되는 심리적 하방 경직성과 이력현상을 동태적으로 규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Ⅲ. 분석 자료 및 연구 방법론
본 연구는 분석 목적에 따라 모형별 분석 기간과 실질가격 환산 기준을 차등 적용하였다.
첫째, 규제 개입에 따른 거시적 총량 변화를 식별하는 모형(제Ⅳ장 1절)에서는 정책 도입 전후의 단기적 충격을 포착하기 위해 분석 범위를 규제 전후 각 2년으로 한정하였다.
둘째, 규제 이후 시장 구조의 장기적 변화와 분절화 양상을 분석하는 모형(제Ⅳ장 2절)은 200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의 전 기간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아울러 장기 시계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착시를 통제하기 위해 최종 시점(2026년 2월)을 기준으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전국 총지수, 2020=100)’를 반영하여 명목가격을 실질가격으로 디플레이트(deflate)하였다.
셋째, 매도자의 행동 국면별 동태적 변화와 이력현상을 추정하는 모형(제Ⅳ장 3절)은 정책 완화 국면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이후 발생한 정치·거시경제적 충격에 따른 교란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분석 기간을 2005년 7월부터 2024년 11월까지로 설정하였으며, 실질가격 환산을 위한 CPI 기준 시점 역시 2024년 11월로 일치시켰다.
주요 변수 설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총량적 정책 효과를 분석하는 ITS, CITS 및 DiD 모형에서는 동(洞) 단위 월별 거래량(Volume)에 1을 더한 자연로그 변환값(ln(Volume+1))을 종속변수로 설정하였다.
둘째, 계층적 시장 분절화 양상을 파악하는 KDE, 분위수 회귀(quantile regression, QR) 및 선형 확률 모형(linear probability model, LPM)의 종속변수로는 앞서 산출한 실질가격을 일괄 적용하였다. 특히 LPM 분석 시 상위 20%를 분류하는 임계값(threshold)은 ‘규제 개입 이전’ 시점의 80분위수 실질가격으로 고정하였다. 이는 규제 이후의 가격 변동이 상위 계층 분류 기준에 혼입되어 발생하는 사후적 기준 이동에 따른 해석 왜곡을 방지하고, 정책에 따른 시장의 구조적 변화만을 식별하기 위함이다.
셋째,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 및 이력현상을 추정하는 패널 회귀 모형에서는 화폐환상(money illusion)의 개입 여부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m2당 명목 가격과 그 로그값, 그리고 실질가격을 각각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닻내림 계수 추정을 위한 핵심 준거점은 주택의 이질성을 제어하기 위해 동일 단지·동일 면적의 ‘최근 5건 중 최고가’로 조작적 정의하였다. 주택 시장에서 매도자는 과거의 특정 가격 정보를 중요한 준거점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Genesove and Mayer, 2001).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준거가격이 정보의 최신성과 신뢰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역대 모든 기간의 최고가를 사용할 경우 현재의 거시 경제 상황과 괴리될 수 있으며, 반대로 직전 1건의 가격만 사용할 경우 특수관계인 간의 이상치(outlier) 거래에 준거점이 과도하게 왜곡될 위험이 있다. 본 연구는 준거점 설정의 민감도를 통제하기 위해 최근 3건, 10건, 15건, 20건, 최근 1년, 1.5년, 2년 및 사상 최고가(all-time high, ATH) 등 총 8개의 대안적 준거점에 대한 조정 결정계수(Adj. R2) 기준의 적합도 비교 및 강건성 검정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최근 거래에 기반한 준거점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설명력을 보였으며, 특히 최근 3건(C3)과 최근 5건(C5)이 가장 양호한 적합도를 나타냈다. 다만 C3는 거래 빈도가 낮은 단지에서 단일 특수거래의 영향에 민감할 수 있어, 본 연구는 설명력과 안정성을 균형 있게 확보할 수 있는 C5를 기본 준거점으로 채택하였다. 주요 대안 준거점을 적용한 강건성 검정 결과는 <부록 1>에 제시하였다.
본 단계의 목적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주택 시장의 거래량에 미친 영향을 검증하는 것이다. 먼저 ITS 모형을 통해 규제지역의 거래량 수준 및 추세 변화를 확인하였다. 이후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비교하는 DiD 모형을 적용하여 정책 시행에 따른 상대적 거래량 변화 효과를 추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사전 추세 차이와 시간적 동학을 보다 엄밀하게 반영하기 위해 CITS 모형을 구축하여 정책 개입에 따른 수준(level) 변화와 추세(trend) 변화를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이를 추정하기 위한 ITS(식 1), DiD(식 2), CITS(식 3) 모형 식은 각각 다음과 같다.
단, i는 분석 단위인 지역(동), t는 시점(월)을 나타내며, Time_t 는 누적 월을, Time_After_t 는 규제 이후 경과된 월을 의미한다.
아울러 0값 편향 방지와 계수데이터(count data)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원시 거래량을 종속변수로 한 포아송 의사최우도 추정법(Poisson pseudo-maximum-likelihood, PPML)을 강건성 검정으로 병행하였다.
본 단계의 목적은 거시적 거래량 감소 이면에 나타난 미시적 가격 분포의 구조 변화와 시장 분절화 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콜모고로프-스미르노프(Kolmogorov-Smirnov, KS) 검정과 10분위 비중 분석을 통해 규제 전후 가격 분포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어 규제 이후 거래가 상위 20% 가격 구간에 속할 확률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LPM을 추정하였다. 또한 가격 분포의 하위·중위·상위 구간에서 구조 변화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τ∈{0.1,0.5,0.9}별로 QR 모형을 적용하였다. 이를 추정하기 위한 LPM(식 4) 및 QR(식 5) 모형 식은 다음과 같다.
본 단계의 목적은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경직성을 유지하는 현상을 매도자의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일 단지·동일 면적 내 최근 5건 중 최고가를 심리적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설정하였다. 분석은 규제 이전, 규제 강화기, 정책 완화기(금리상승기)의 세 국면으로 구분하여 과거 준거가격이 현재 실거래가에 미치는 한계효과가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정하였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기본 모형은 (식 6)과 같다.
또한 화폐환상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명목가격 모형과 실질가격(CPI 환산) 모형을 각각 추정하였다. 나아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해당하는 정책 완화 국면에서 거시적 금융 충격의 영향을 분리하고, 매도자의 심리적 이력현상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반사실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마지막으로 개별 단지의 관측되지 않는 시공간적 이질성을 엄격히 통제하기 위해 단지-면적 고정효과(μc)와 월별 시간 고정효과(τt)를 포함한 이원고정효과(2-way fixed effects, 2-way FE) 패널 모형을 적용하였다(식 7). 모든 패널 및 닻내림 모형에는 오차항의 자기상관성 통제를 위해 단지-평형 수준의 군집 강건 표준오차(cluster-robust standard error, cluster-robust SE)를 적용하였다.
한편, 대조군(비규제지역)은 약 120만 건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 자료로 구성되어 있어, 2-way FE 모형의 군집 강건 표준오차 연산에 물리적 제약이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구(區)와 단지별 평균 실질가격 5분위를 교차한 층화 변수(stratified variable)를 생성하고, 각 층 내에서 단지 단위로 20%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정제 표본(N=236,648)을 구성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층화 추출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동일한 비율(20%)의 단순 무작위 추출(simple random sampling) 표본을 별도로 구성하여 동일한 2-way FE 모형을 재추정하였다. 그 결과 핵심 계수의 방향성과 통계적 유의성이 층화 표본과 일관되게 유지됨을 확인하였으며, 해당 강건성 검정 결과는 <부록 2>에 제시하였다.
Ⅳ. 실증 분석 결과
본 연구의 핵심인 국지적 수요 억제 정책의 미시적 파급 효과 분석에 앞서, 거시적 거래량 추이의 구조적 변화를 일차적으로 확인하였다. <그림 1>의 서울 전체 ITS 분석 결과, 토지거래허가제(2020년 6월) 도입 시점을 전후하여 단기적인 거래량 수준의 급증(level shift: 0.717, p<0.01)이 관찰된다. 이는 규제 효력이 본격화되기 전, 이른바 ‘막차 타기’를 위한 규제 회피 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과열 직후, 장기적인 거래량 추세는 가파른 하락세(trend shift: –0.095, p<0.01)로 전환되어 ‘매물 잠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거시적 총량 변화 이면의 국지적 효과를 식별하기 위해 공간적 분석 단위를 이원화하여, 규제지역(target)과 강남 3구 내 인접 비규제지역(서초구 등)을 비교하는 국지적 모형(local CITS)과 서울 전역을 대조군으로 삼는 광역 모형(metro CITS)을 각각 구축하였다. 또한 기본 DiD 모형 및 계수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한 PPML을 강건성 검정으로 병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분석 결과, 정책 대상 지역이 사후적으로 지정되는 핀셋 규제의 특성으로 인해 거시 패널 모형을 통한 정책의 순수 인과효과 식별에는 한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DiD 계열 모형은 정책 개입 이전 처치군과 대조군의 추세가 평행해야 한다는 가정에 기반하는데, 사전 추세 교호항 계수가 (2) local CITS와 (4) PPML 모형에서 각각 0.0100과 0.008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 이 가정이 위배됨을 확인하였다. 이는 집값이 단기 급등한 지역을 사후적으로 지정하는 규제의 특성상, 정책 개입 이전부터 이미 규제지역의 거래량이 대조군과 상이하게 팽창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시계열적 동학을 통제하지 않은 (1) base DiD 모형에서는 정책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으며(–0.1005), 서울 전역을 대조군으로 삼은 (3) metro CITS 모형 역시 단기적인 거래 급감(–0.6159)만 포착될 뿐 장기 추세 변화(0.0101)는 유의성을 띠지 못하였다. 결론적으로 거시적 총량 지표에 의존한 모형은 규제지역의 사전 과열 추세 및 거시경제적 냉각기를 정책 효과와 엄밀히 분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어지는 제2절과 제3절에서는 평균 처치 효과(average treatment effect, ATE) 분석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시장 내부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규제 이후 거래 절벽 상황에서의 거래들이 어떠한 가격 계층과 심리적 기제에 의해 주도되며 시장의 구조적 분절화를 야기하였는지를 미시적 가격 분포 변화를 통해 추적한다.
앞선 제Ⅳ장 1절에서 확인했듯 규제 이후 매물 잠김이 관찰되었으나, 거시적 총량 지표의 감소만으로는 가격대별 거래 구조의 재편 양상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정 계층의 시장 진입 제한 등 내부 구조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본 절에서는 실질가격을 기준으로 KDE 및 분포의 모멘트(왜도, 첨도) 변화를 분석하여 미시적 분포 변화 현상을 추적한다.
<표 2> 및 <그림 2>에서 관찰되듯,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 상이한 분포 변화 현상을 보였다. 첫째, 처치군(규제지역)의 경우 실질가격 로그 변환값의 왜도가 규제 전 –0.1900에서 규제 후 –0.8612로 감소하며 음(–)의 방향으로 꼬리가 길어지는 좌편향(left- skewed) 비대칭성이 크게 심화되었다. 이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이후 하위 가격 구간의 거래 비중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수준이 높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금 조달 제약이 상대적으로 작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시장 거래가 재편되었을 가능성과 부합한다.
| 구분 | 통계량 | 규제 | 규제 후 | 후변화량 |
|---|---|---|---|---|
| 처치군 | 왜도 | -0.1900 | -0.8612 | -0.6712 |
| 첨도 | 1.0072 | 1.0819 | 0.0747 | |
| 대조군 | 왜도 | 0.5579 | 0.2674 | -0.2905 |
| 첨도 | 0.7657 | 0.2474 | -0.5183 |
둘째, 대조군(비규제지역)에서는 상반된 변화가 관찰되었다. 대조군의 왜도는 0.5579에서 0.2674로 감소하며 기존의 양(+)의 비대칭성이 완화되었다. 이는 중저가 매물 중심의 기존 분포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고가 거래의 비중이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지역의 진입 장벽 강화 이후 이탈한 수요가 인접 비규제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상위 가격대 거래가 증가한 현상과 부합하며, 일종의 풍선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대조군의 첨도가 0.7657에서 0.2474로 처치군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은, 거래가 특정 중위 가격대에 밀집되지 않고 여러 가격 구간으로 넓게 분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상위 가격대 거래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전체 가격 분포의 폭이 넓어졌음을 시사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내 가격 격차와 양극화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앞서 관찰된 가격 분포의 시계열적 구조 변화와 지역 간 이질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검증하기 위해 KS 검정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3>과 같다.
| 비교 대상 | 검정 통계량(D) | p 값 |
|---|---|---|
| 처치군(규제 전 ․ 후) | 0.6757 | <0.001*** |
| 대조군(규제 전 ․ 후) | 0.5593 | <0.001*** |
| 처치군 대조군(규제 후) | 0.6727 | <0.001*** |
분석 결과, 처치군과 대조군의 규제 전후 종적 분포 변화(D=0.6757, 0.5593) 및 규제 시행 이후 두 집단 간의 횡적 분포 이질성(D=0.6727)이 모두 p<0.001 수준에서 매우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온전히 타겟형 규제의 인과적 효과인지 엄밀히 식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책 도입 시점을 분수령으로 종적·횡적인 미시 구조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되었다는 사실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처치군과 대조군 간의 이질적 분절(segmentation)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하위 시장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가격 분포 구조 또한 점차 이질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관찰된 가격 분포의 변화가 실제 거래 구성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규제 이전 시점의 가격 분위를 고정 기준(fixed decile)으로 설정하고 10분위(decile)별 거래 비중의 변화를 분석하였다(<그림 3>).
분석 결과, 처치군과 대조군 모두 하위 30% 거래 비중은 각각 3.5%, 1.9%로 급감한 반면, 상위 30% 비중은 90.4%, 85.5%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해당 시기 서울 주택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에 따른 상방 이동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대조군의 하위 가격대 거래 비중 감소폭(30%→1.9%)이 처치군(30%→3.5%)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결과는 제Ⅳ장 2절 1항에서 확인한 분포 변화와 함께 고려할 때, 규제지역에서 이탈한 수요가 인접 비규제지역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풍선효과의 존재와도 부합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대출금리나 임대차 시장 요인 등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LPM 및 QR 모형을 추정하였다. 추정 결과는 <표 4>와 같다. 거시경제 지표를 통제한 상태에서도 정책 개입 변수(Postreg)는 유의미한 영향력을 유지하였다. 분석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LPM 분석 결과, 정책 이후 상위 20% 가격 구간에 속할 확률은 처치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43.7%p, 44.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시적 환경 요인이 통제된 상태에서도 두 지역 모두 고가 구간 중심의 상향 편중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음을 방증한다. 둘째, 분위수 회귀 분석 결과, 분위별 반응 양상은 두 집단에서 상이하게 나타났다. 처치군은 중위 분위(τ=0.5)에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이후 상위 분위(τ=0.9)에서는 다소 약화되는 역U자형 패턴을 보였다. 반면 대조군은 하위 10%(τ=0.1)에서 처치군과 유사한 수준(0.3625 vs 0.3985)을 보였으나, 분위가 높아질수록 계수가 일관되게 증가하는 우상향 구조를 나타내며 상위 10% 구간 계수가 대조군(0.5079)에서 처치군(0.3888)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규제지역 내에서는 거래가 특정 중위 가격 구간에 집중된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상위 시장 중심의 거래 확대와 시장 분절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는 규제지역의 진입 장벽 강화 이후 일부 수요가 인접 비규제지역의 상위 시장으로 이동했을 가능성과도 부합한다. 다만 제Ⅳ장 1절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이러한 결과를 정책의 순수한 인과효과로 해석하기에는 내생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책 이후 거래가 상위 가격 구간에 집중되는 현상이 일관되게 관찰된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는 시장의 반응이 단순한 거래량 감소를 넘어 고가 자산 중심의 거래 구조 재편으로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이 거래량이 급감한 환경에서도 가격 하방 경직성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제Ⅳ장 3절에서는 매도자의 손실회피 성향과 닻내림 심리 관점에서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제Ⅳ장 2절에서는 규제 이후 거래가 상위 가격대에 집중되며 시장이 구조적으로 분절화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만으로는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수요 위축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정이 제한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시장 참여자의 행동경제학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본 절에서는 매도자의 손실회피 성향에 주목하여, 과거 거래가격이 현재 가격 결정에 미치는 닻내림 효과와 이력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명목·실질 가격 비교 모형, 2-way FE, 반사실적 시뮬레이션 모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였다.
매도자의 심리적 준거점이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조정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명목 가격과 CPI를 반영한 실질 가격 모형을 분리하여 OLS(ordinary least squares)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수준 변수 간 회귀에서는 비정상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본 연구는 절대적 가격 수준 자체에 작용하는 닻내림 심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준 모형을 유지하였다. 추정 계수는 선행연구(Beggs and Graddy, 2009; Genesove and Mayer, 2001)와 같이 준거가격 의존성의 존재와 상대적 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였다. <표 5>는 거시경제 변수를 통제한 기본 닻내림 모형의 추정 결과이다.
분석 결과, 규제기 교호항은 처치군과 대조군 모두에서 유의한 양(+)의 값을 나타냈다. 처치군의 규제기 추가 효과는 명목 모형에서 0.0376, 실질 모형에서 0.0323으로 나타났으며, 대조군 역시 각각 0.0304와 0.0310으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정책 시행 이후 거래량 감소와 시장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매도자들이 과거 최고가격에 더욱 강하게 의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막론하고 시장 전반에서 준거가격 효과가 강화되며 닻내림 심리가 심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완화기(금리상승기)에 진입하면서 두 집단의 조정 경로는 뚜렷하게 분기되었다. 처치군의 경우 명목 닻내림 교호항 계수는 여전히 유의한 양(+)의 값(0.0189, p<0.01)을 유지한 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한 실질 모형에서는 0.0022로 하락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상실하였다. 반면 대조군은 명목(–0.0161)과 실질(–0.0351) 모형 모두에서 유의미한 음(–)의 조정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규제지역 매도자들이 방어하고 있었던 것이 자산의 실질 가치가 아니라 명목 가격 자체였음을 시사한다. 즉, 규제 강화기 동안 형성된 강한 준거가격 효과가 금리상승기에도 지속되면서 매도자들은 과거에 경험한 명목 최고가에 심리적으로 고착되었고,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가치 변화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 반면 비규제지역은 명목가격과 실질가격 모두에서 조정이 발생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적응하였음을 보여준다.
금리 인상 충격에 대한 반응 역시 이러한 차이를 뒷받침한다. 대조군은 명목(–15.4939)과 실질(–26.2946) 모형 모두에서 대출금리에 대해 강력한 음(–)의 반응을 보인 반면, 처치군은 명목 모형에서 금리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 모형에서는 유의한 하방 압력(–18.1773, p<0.05)이 확인되었다. 이는 규제지역 매도자들이 명목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외형상 가격 방어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질 가치 기준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증가와 보유비용 부담을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용하며 보이지 않는 가치 조정을 겪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러한 하방 경직성은 동일한 시장 내에서도 자산의 가격 수준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작동한다. 회귀 모형의 구조상 금리 상승과 같은 거시 충격은 단위 면적당 일정한 절대액의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닻내림 심리는 기존 가격 수준에 비례하는 형태로 방어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절대 가격 수준이 높은 자산일수록 동일한 거시 충격에 대해 상대적으로 작은 하락률만을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조군 명목 모형의 완화기 닻내림 계수를 0.9339(=0.9500–0.0161)로 가정하고 금리 1%p 상승 시 충격을 –15.5만 원/m2으로 가정할 경우, m2당 1,000만 원 수준의 고가 아파트는 약 8%~9% 수준의 조정에 그치는 반면, m2당 300만 원 수준의 중저가 아파트는 동일한 충격에도 약 12%에 가까운 하락률을 경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책 이후 시장 전반에서 강화된 닻내림 심리는 완화기에 들어서면서 자산 가격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조정 경로를 만들어낸다. 특히 상위 시장은 강한 준거가격 효과와 명목적 고착성으로 인해 거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반면, 하위 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가격 조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비대칭적 가격 조정은 제Ⅳ장 2절에서 관찰된 시장 분절화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거시경제 충격 이후 자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표 5>에서 관찰된 기본 OLS 모형의 닻내림 계수(0.90~0.95)는 개별 단지의 입지, 학군, 브랜드 등 시간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는 특성과 거시경제 환경의 공통 충격이 함께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해당 계수에는 순수한 심리적 닻내림 효과뿐 아니라 관측되지 않는 이질성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는 단지 고정효과(entity fixed effects, entity FE)와 시간 고정효과(time fixed effects, time FE)를 동시에 통제하는 2-way FE 모형을 적용하여 순수한 준거가격 효과를 재추정하였다. 단지 고정효과 모형의 통계적 타당성은 먼들락(Mundlak) 접근법에 기반한 강건한 하우스만 검정(Hausman test)을 통해 확인하였으며, 상세 결과는 <부록 3>에 수록하였다.
단지별 고유 특성과 거시경제의 시간적 충격을 모두 통제한 <표 6>의 결과는 규제기와 완화기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먼저 규제 강화기의 경우, OLS와 2-way FE 모형 모두에서 처치군과 대조군을 막론하고 닻내림 심리가 유의하게 강화되는 공통된 패턴이 확인되었다. 처치군의 규제기 추가 효과는 실질 모형 기준 +0.0999, 대조군은 +0.0658로 나타났으며, 이는 강도 높은 규제 이후의 거래 위축이 시장 전반에서 매도자의 준거가격 의존성을 높였음을 시사한다. 즉, 규제기에는 지역 구분과 무관하게 과거 최고가격에 대한 심리적 집착이 강화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정책 완화기(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두 집단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라진다. 기본 OLS 모형에서는 대조군의 완화기 닻내림 효과가 명목과 실질 모형 모두에서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지 특성과 거시 충격을 통제한 2-way FE 모형에서는 명목 교호항이 +0.0363 (p<0.01)으로 유의한 양(+)의 값을 유지한 반면, 실질 교호항은 +0.0132로 통계적 유의성을 상실하였다. 이는 비규제지역 매도자들이 거시경제 충격에 따라 실질 가치는 조정하더라도, 명목 가격 수준에서는 여전히 과거 최고가격을 준거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처치군에서는 보다 강한 형태의 심리적 고착이 확인된다. OLS 모형에서는 완화기 실질 교호항이 +0.0022로 유의성을 상실하여 닻내림 효과가 사실상 소멸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way FE 모형을 적용하자 해당 계수는 +0.0432 (p<0.05)로 전환되며 유의한 양(+)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강력한 하방 압력에 가려져 있었을 뿐, 규제지역 매도자들의 준거가격 의존성이 실제로는 지속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효과가 명목 가격이 아니라 실질 가격 기준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은 규제지역 매도자들의 가격 고착이 단순한 화폐환상 차원을 넘어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OLS 모형에서 관찰되지 않던 이런 닻내림 심리가 2-way FE 모형의 외부 충격 통제 후 양(+)으로 식별되는 실증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숨겨진 닻내림(hidden anchor)’라는 조작적 용어를 사용하였다.
결론적으로 하락기 주택시장은 거시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가치 조정 압력과 매도자의 손실회피 성향에 기반한 준거가격 고착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고착이 주로 명목 가격 수준에서 관찰된 반면, 규제지역에서는 실질 가치 기준에서도 유의하게 지속되었다. 이는 규제지역 매도자들이 과거 최고가격을 보다 강하게 준거점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하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기대의 괴리를 확대시켜 거래 성사를 어렵게 만드는 시장 마찰(market friction)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숨겨진 닻내림’은 제Ⅳ장 2절에서 관찰된 시장 분절화와 자산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미시적 메커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책 완화기(금리 상승기)에 관찰된 닻내림 심리가 단순히 거시 금융 충격에 기인한 것인지, 혹은 구조적인 심리 변화의 결과인지 식별하기 위해 반사실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다. 해당 기간의 대출 금리를 과거 규제 강화기 평균 수준(2.79%)으로 강제 고정한 가상 환경과 실제 금리 환경에서의 실질 닻내림 계수를 비교한 결과는 <표 7>과 같다.
| 구분 | 실제 금리 환경 | 규제기 평균 금리 |
|---|---|---|
| 처치군 | 0.0022 (0.35) | –0.0101 (–1.40) |
| 대조군 | –0.0351*** (–9.30) | –0.0547*** (–14.48) |
대조군과 처치군 간의 상반된 결과는 주택시장 하방 경직성의 작동 메커니즘이 단일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먼저, 비규제지역(대조군)의 경우 금리를 낮게 고정한 반사실적 환경에서 닻내림 계수의 하락폭이 더욱 유의하게 확대(–0.0547***)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시장의 가격 경직성이 대출 금리 및 자금조달 여건에 크게 의존하는 ‘금융 기반 경직성(financially-driven rigidity)’의 성격이 강함을 의미한다. 즉, 금리 제약이 완화되는 가상 환경에서는 매도자의 과거 가격에 대한 고착이 오히려 더 빠르게 해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규제지역(처치군)에서는 금리를 과거 수준으로 통제하더라도 하락기 실질 닻내림 계수에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0.0101, 비유의). 이는 해당 시장이 대출 규제와 높은 절대적 자산 가격 수준으로 인해 자금조달 여건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비규제지역이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라면, 규제지역은 거시 충격보다는 매도자의 준거가격과 손실회피 성향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거시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형성된 준거가격에 대한 고착이 스스로 해소되지 않고 끈질기게 유지되는 전형적인 ‘이력현상’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선 2-way FE 모형에서 완화기에도 식별되었던 ‘숨겨진 닻내림’ 역시, 이처럼 외부 금융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규제지역 고유의 경로 의존적 심리 고착, 즉 이력현상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결과는 하락기 주택시장의 가격 경직성이 단일한 메커니즘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금융 환경 변화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루어지는 ‘금융 기반 경직성’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 반면, 규제지역에서는 거시경제 여건 변화에도 쉽게 약화되지 않는 ‘심리 기반 경직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관찰되었다. 이처럼 두 시장에서 상이하게 작동하는 경직성의 기제는, 정책 완화 국면에서도 시장별 가격 조정 속도와 거래 회복 경로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핵심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확인한 닻내림 심리의 지속성은 <그림 4>의 동태적 3개월 이동 윈도우(rolling window) 분석을 통해 제Ⅳ장 2절의 거래량 위축 현상과 정합적으로 연결된다.
국면 전환에 따른 실질 닻내림 계수의 시계열 궤적을 살펴보면, 강력한 규제(2020년 6월)가 도입되거나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급격한 금리 충격(2022년 5월 이후)이 발생하는 시점에는 계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후 과거의 준거점을 향한 재조정(re-anchoring)이 나타나며 V자 형태의 반등 패턴이 관찰된다(이러한 동태적 궤적의 강건성은 6개월 및 12개월 대안 윈도우를 적용한 <부록 4>를 통해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동태적 궤적은 제Ⅳ장 2절에서 관찰된 거래량 위축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행동경제학적 메커니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 악화로 매수자가 인식하는 실질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매도자는 심리적 재조정을 통해 과거의 준거가격(anchor price)을 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기대의 괴리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하락기에 나타난 닻내림 심리의 재강화는 시장의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약화시키고 거래 성립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제Ⅳ장 2절에서 확인된 거래량 감소 현상과 정합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본 절에서는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실증 분석하였으며, 주요 결과는 <표 8>과 같다.
분석 결과, 규제 강화기에는 양 집단 모두에서 닻내림 심리가 유의미하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정책 완화기(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대조군은 거시경제 여건에 순응하는 가격 조정을 보인 반면, 처치군은 과거 최고가에 대한 심리적 고착을 유지하는 차별적 경로가 나타났다. 특히 명목 모형과 실질 모형의 교차 비교, 그리고 엄격한 통제를 적용한 2-way FE 모형 및 반사실적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러한 시장별 궤적의 괴리가 외부 충격에 반응하는 ‘금융 기반 경직성(대조군)’과 과거 경험에 의존하는 ‘심리 기반 경직성(처치군)’의 본질적 차이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대상으로 국지적 수요 억제 정책이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과 거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규제 강화와 같은 비우호적 거래 환경의 변화는 단순히 거래 비용을 증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참여자들의 가격 형성 행동 자체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도자들은 과거 최고 거래가격을 준거점으로 삼는 ‘닻내림’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였으며, 이러한 심리적 고착은 시장의 가격 조정 과정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기대가격의 괴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인지적 거래 마찰은 결과적으로 극심한 거래량 위축과 함께, 고가 우량 자산 중심으로 거래가 편중되는 ‘시장 분절화’를 초래하였다. 나아가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는 정책 완화기 진입 이후에도 즉각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로의존적특성을 보였다. 이는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이 단순한 금융 여건의 악화 수준을 넘어, 시장 참여자의 손실회피적 심리 반응과 깊이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반사실적 분석 결과는 이러한 경직성이 대출 금리 등 외부 조건에 민감한 ‘금융 기반 경직성’과 명목 준거가격 고수에 기반한 ‘심리 기반 경직성’으로 구분되어 나타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원화된 두 경직성 모두 궁극적으로는 거래 조정을 지연시키고 하락기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는 공통된 마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실증 결과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규제의 성과 지표와 목적함수 재설정에 관한 근본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적함수는 가격 수준 자체의 통제가 아니라 시장 기능의 동태적 안정이어야 한다. 기존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 상승 억제를 곧 주거 안정으로 간주하며 대출 규제, 거래 규제 등 강력한 하향식 수요 억제책을 동원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의 실증 결과는 가격 수준만을 표적 삼은 강력한 규제가 거래량 위축, 시장 분절화, 매도자의 닻내림 심리 강화를 촉발하는 인과적 연쇄를 보여준다. 특히 규제로 인해 전체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고가 우량 자산 중심으로 거래 편중이 일어날 경우, 소수의 상위 시장 거래가 시장 전체 가격 형성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웩더독(wag colossal do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 빈도가 극단적으로 감소하면 시장의 가격 탐색 및 가격 발견 기능은 원천적으로 마비되며, 이는 역설적으로 정책적 통제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교란 요인이 된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결과로서의 가격 고정이 아니라, 거래가 원활히 지속되고 가격 정보가 충분히 형성되는 시장 기능 전반의 유지 여부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정책 효과는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행동적 변화를 거쳐 발현되므로, 규제의 미시적 유인 구조(incentive)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흔히 거시적 비용 조정(금융·세제)을 통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만, 인간의 행동과 심리는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본 연구가 규명한 ‘숨겨진 닻내림’ 현상은 비우호적인 거래 환경의 변화가 매도자들의 손실회피 성향과 화폐환상을 극대화하는 촉매로 작용했음을 증명한다. 규제 강화로 유도된 이러한 심리적 고착은 정책 완화기 진입 이후에도 강한 경로의존성을 띠며 하방 경직성을 유지시키는 시장 마찰 요인으로 잔존하였다. 과도한 대출이나 투기적 거래의 억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으나, 규제의 방식이 시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부작용을 낳지 않으려면 매도자가 시장 환경에 맞춰 합리적으로 가격 기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한 거래 유인을 보존하는 미시적 제도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시장의 계층적 특성과 이원화된 가격 경직성을 고려하여 자산대별로 정교하게 차별화된 맞춤형 정책 조합(policy mix)을 모색해야 한다. 반사실적 시뮬레이션과 2-way FE 추정 결과는 중저가 시장(대조군)의 하방 경직성이 거시적 금융 환경(대출 금리)에 의존하는 ‘금융 기반 경직성’의 성격을 띠는 반면, 고가 시장(처치군)은 규제 완화 국면에서도 심리적 고착이 지배하는 ‘심리 기반 경직성’으로 작동함을 보여주었다. 메커니즘이 이처럼 이원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규제나 획일적인 완화만을 반복하는 것은 상위 시장의 동결과 하위 시장의 가격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정책의 유연한 출구 전략을 수립할 때는 시장의 특성과 자산 가격대별 행동 양식의 차이를 고려하여 가격 발견 기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핀셋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주택시장의 하방 경직성과 극심한 거래 절벽이 단순히 외부 거시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가격 수준 관리에 집중된 정책적 개입과 이에 반응한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 고착이 상호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향후 주택 정책은 일방적인 가격 수준의 관리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자의 이동성(mobility)과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그 시야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방법론과 데이터의 한계상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남긴다.
첫째, 분석 초점의 명확화를 위한 다차원적 정책 변수의 전략적 단순화이다. 본 연구는 ‘타겟형 규제’가 유발하는 심리적 이력현상 식별에 집중하고자, 동시기에 시행된 여타 정책(대출 규제, 종부세,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복잡한 교차 효과를 모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단순화하였다. 시간 고정효과로 외부 충격을 제어하였으나,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공간적 규제 요인 및 개별 정책 간의 세밀한 상호작용을 다루지 않은 점은 연구의 범위적 한계로 남는다.
둘째, 표본의 비대칭성과 공간적 이질성이다. 타겟 규제 지역(5개 동)과 대조군(그 외 서울 전역) 간의 양적 불균형은 추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며, 거대 도시 내 수많은 마이크로 마켓의 특성을 완벽히 통제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차입자의 소득, 부채 등 구체적인 미시 패널 데이터를 확보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중첩된 정책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여, 공간계량 모형(spatial econometrics)이나 머신러닝을 도입해 중첩된 규제 환경 속 개별 정책의 기여도를 정교하게 분리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