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지금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두 가지 인구문제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미 인구 자연증가가 역전된 상태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통계청, 2024). 출산율 저하는 단순한 인구 감소에만 그치지 않으며 노동력의 부족과 지역 사회의 공동화, 그리고 사회보험 재정의 압박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미혼 및 무자녀 가구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결혼과 출산 행태의 변화는 인구구조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실질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구 변화의 원인을 면밀히 규명하고, 이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국가 운영에 있어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늦추거나 선택하지 않는 경향에 대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사회적·경제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거환경의 불안정은 오랫동안 핵심적인 제약 요인으로 자주 언급되어 왔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특히 최근 들어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청년층의 주거 기반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의 시기가 늦춰지고, 가족 형성 자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은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생애사적 결정이기 때문에, 주거 불안정은 이러한 결정 과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주거 시장은 자가와 전·월세 등의 다양한 점유 구조가 혼재하는 특성을 보인다. 각 점유 형태의 결정은 개개인의 소득이나 자산, 그리고 가구의 경제력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본인의 능력만으로 주거를 자립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이나 주택 소유 여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김주영·유승동, 2016; 마강래·권오규, 2013). 부모가 자가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자녀가 분가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거나, 주택 구입 시 자금 지원을 받는 등 실질적 혹은 상징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는데 이러한 구조는 청년의 주거 안정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결혼 및 출산 시점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주거환경의 세대 간 연속성은 단순한 가족 내 지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불평등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부모로부터 비롯되는 자산적 기반이 자녀의 주요 생애사적 결정, 즉 결혼이나 출산 같은 중요한 전환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주거 안정성이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통해 자녀의 사회적 지위와 이동성, 더 나아가 계층 간 격차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청년 세대 내 자산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고, 삶의 기회조차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실 인식 속에서, 최근에는 청년 주거환경의 불안정성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 또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사회 전반에 점차 자리 잡고 있다(국토연구원, 2016; 국회입법조사처, 2021).
본 연구에서는 부모가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자녀의 주거 선택과 출산 시기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한국노동패널조사(Korean Labor and Income Panel Study, KLIPS) 데이터를 활용하여 장기간에 걸친 변화를 추적하였으며, 그에 따른 연구 질문도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부모가 자가주택을 가지고 있을 때 자녀가 언제 독립(분가)하게 되고, 그 시점에 어떤 주거 형태를 선택하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결혼과 분가가 항상 동시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결혼 이전에 독립해서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주거 안정성이나 자산 이전이 실제로 작동하는 핵심적인 시점이 결혼이 아닌 분가인 사례가 흔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로는, 자녀가 집을 나와 독립할 때 어떤 주거 방식을 택했는지가 이후 첫째 혹은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시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분가 직후의 주거환경이 결혼과 출산 등 여러 중요한 생애 전환점에 걸쳐 오랜 영향을 준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주택 소유 여부가 자녀의 주거 형태를 매개로 출산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조방정식(generalized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GSEM)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단순히 결혼 여부나 시점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와는 차별되며 자녀 세대의 실제 주거 안정성과 생애사적 결정간의 구조적인 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본 연구에서는 청년의 주거 안정, 결혼, 출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의 자산이 어떤 간접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실증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저출산 현상의 구조적인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정책 설계에 활용 가능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부모 세대의 주거 자산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자녀 세대의 생애 경로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통계적 방법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부모 세대의 주택 소유 상태가 자녀 세대의 주거 선택과 그 이후 출산 결정에 어떠한 구조적 연관성을 갖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2000년(3차)부터 2023년(26차)까지 축적된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로, 전국 도시 지역 가구 및 그 가구원을 장기적으로 추적하여, 개인과 가족 단위의 사회경제적 변화상을 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패널 데이터이다. 본 연구는 KLIPS 내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를 함께 추적 가능한 표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분석에 포함된 자녀 세대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이라는 생애사적 사건은 이들 자녀가 과거에 20~40대였던 시기에 주로 발생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의 분석 초점은 해당 시기의 청년기 생애 전환기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따라서 본문에서 사용하는 ‘청년’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연령 구분이 아닌, 분가·결혼·출산 등 주요 생애 전환이 집중되는 시기를 지칭하는 생애 주기적 맥락에서 활용되었음을 밝힌다.
연구 설계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부모가 자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자녀가 ‘분가’ 시점에서 어떤 주거 점유 형태를 선택하게 되는지 실증 분석하였다. 이때 결혼이 아닌 분가 시점을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는, 실제로 가족 내 지원과 자산 이전 등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시점이 ‘분가’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녀의 독립 이후 주거 형태가 이후 첫째 및 둘째 출산 시점과 출산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생존분석과 구조방정식모형으로 분석했다. 구조방정식모형 분석에서는 부모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때, 이 영향이 자녀의 주거 선택을 거쳐 출산 시점에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추적하고자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모의 주택 보유가 자녀의 생애 주요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에 포함된 주요 독립변수는 부모의 자가 보유 여부와 부모의 주택 자산 가치(시가)로 설정되었다. 이들은 자녀가 분가할 때 어떠한 주거 유형을 선택하고 이후 생애 경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녀의 주거 점유 형태는 다시 출산 여부와 출산 시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핵심 매개 변수로서 작동한다. 출산 관련 변수는 첫째와 둘째 출산의 경험 유무(이항 변수) 및 출산 시점(분가 기준 경과 기간)으로 구성되며, 생존분석에서 이 시간 변수를 활용하여 사건의 발생 시점을 포착한다.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표본의 경우, 분가 이후부터 최종 관찰 시점까지의 경과 시간을 우측 검열로 처리했고, 분가 전에 출산한 사례는 음수값으로 반영하여 시간 구조의 일관성을 확보하였다.
본 연구의 통계 분석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졌다. 먼저, 부모의 주택 소유가 자녀의 자가주택 보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랜덤효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반복 측정된 패널데이터를 활용하고, 자녀의 성별, 연령, 학력, 삶의 만족도, 자산 및 소득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하였다.
이어 자녀의 출산 시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Kaplan-Meier 생존곡선과 Log-rank 검정을 통해 집단별 차이를 시각적으로 비교하고, Cox 비례위험모형을 사용하여 각 변수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추정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부모의 주택 소유 여부가 자녀의 출산 결정에 미치는 직접적·간접적 경로를 평가하기 위해 일반화된 구조방정식모형을 적용하였다. 이 분석에서는 부모의 자가주택 보유가 자녀의 주거 선택과 출산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델을 설정하였다. 전 과정에서 성별, 연령, 학력, 자산, 소득 등 다양한 배경 변수를 포함하였으며,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로짓 링크 함수와 표준오차 추정 방식을 함께 적용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분석을 다층적으로 설계함으로써 단순한 변수 간 상관관계를 넘어 부모의 주거 자산이 자녀의 주거 선택과 시점 등 생애 경로 전반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저출산의 구조적 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책 설계의 실제 근거로 활용 가능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자 하였다(<그림 1>).
Ⅱ. 선행연구 검토 및 연구의 차별성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결혼 및 출산 지연 현상,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저출산 문제의 근간에는 ‘주거의 불안정’과 ‘부모 세대 자산의 이전 구조’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서는 세대 간 자산의 이전, 특히 부동산을 통한 자산 대물림이 자녀 세대의 주거 선택, 나아가 결혼과 출산 같은 중요한 생애 전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해 왔다.
강정구 외(2023) 및 마강래·권오규(2013)는 부모로부터 주택자산이 이전되는 구조가 사회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고, 강은택 외(2017), 마강래·강은택(2017), 이지은·정세은(2021) 역시 부동산자산 중심의 대물림 현상이 자식 세대 간 격차를 벌리고 자녀의 삶의 행복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입증했다.
부모의 주거 자산이 실제로 자녀의 주거 선택이나 생애사적 이행에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있는데, 김주영(2016), 김주영·유승동(2016)은 부모의 주택 보유가 자녀의 자가 거주 확률을 높인다는 점을 밝혔고, 더불어 부모와 자녀 세대가 동일지역에 거주하는 경향은 세대 간 주거 특성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경향으로 확인되었다. 신진욱·이민아(2014)는 가구주의 인적 자원과 분가 가구의 소득 수준이 자가 취득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이길제·최막중(2017)은 신혼가구의 주택소비에 있어 부모로부터의 자산 이전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 시점에 영향을 주는 주거 관련 요인을 탐구한 논문들도 다수 발표됐다. 예를 들어, 배호중·한창근(2016)은 신혼부부의 주택자산 보유가 첫 자녀의 출산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제시했고, 도난영·최막중(2018)은 지역 내 높은 주택가격이 결혼 및 출산 시기를 지연시키는 경향을 밝혀냈다. 강정구·마강래(2017) 역시 주택가격이 혼인 시점 결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밝혔으며, 오신휘·장인수(2021)는 자녀 출산 순서에 따라 주거 마련의 수준이 출산 이행의 양상에 차별적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다은·서원석(2019)은 주거 빈곤 요인이 결혼과 출산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으며 신형섭(2022)은 신혼가구의 자가 거주가 출산 확률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들어 공공임대주택 정책과 청년세대의 주거 그리고 출산에 관한 논의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김태완·장미선(2024)은 공공주택의 공급이 출산 의향의 제고라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효과가 있다 점을 증명하였으며, 구한민·김갑성(2023)은 공공임대주택의 거주는 주거 만족도를 높여 자가 보유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청년층의 자가 소유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고 실증 분석하였다.
해외 연구에서도 부모의 주택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거 선택과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실증적 접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Lovenheim and Mumford(2013)의 연구에서는 2년 및 4년간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여성의 출산 확률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주택자산이 10만 달러 증가할 경우 출산 확률이 약 0.85%p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덴마크 행정 데이터를 활용한 Daysal et al. (2023)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주택자산이 자녀의 자산에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어린 자녀를 둔 가구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향후 자녀 세대의 자산 축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선행연구를 보면, 단순히 자산의 세대 간 이동에 그치지 않고 청년 주거 선택이나 가족 형성 과정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최근에는 주거정책과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 그리고 출산 결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청년 주거, 출산, 자산의 세대 간 이전이라는 주제들이 서로 분리되어 다뤄진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집을 갖고 있는 것이 자녀의 주거 선택이나 자산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논문들은 있었지만, 그 영향이 실제로 출산 시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세밀하게 짚은 연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출산 시점과 주거 변수를 함께 다룬 경우에도, 대체로 주택가격이나 점유 유형 등 넓은 범주의 지표에 한정되거나, 결혼 당시의 주거 상태 등 일부 상황만을 따로 떼어 분석한 예가 많았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출산이라는 생애 과정을 구조적으로 추적한 사례 역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책 효과를 다루는 논문들도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 주거지원, 그리고 출산·결혼 의향과의 단순한 연관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부모 자산과 정책 변수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맞물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본 연구는 여러 면에서 기존 논문과는 구별되는 분석 전략을 채택하였다. 먼저, 부모의 주택 소유 여부가 자녀 세대의 주거 점유 구조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이것이 다시 자녀의 출산 시점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조방정식모형을 통해 복수의 경로로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첫째와 둘째 자녀 출산이라는 시간적 이행의 차이를 카플란 마이어 생존곡선, Log-rank 검정, 콕스 비례위험모형 등 다양한 시간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세밀하게 구분해 살펴보았다. 더불어, 부모와 자녀 세대의 자산, 소득 등 다수의 변수를 포함함으로써 부모 자산의 독립적·누적적 영향력을 정밀하게 추정하였다. 또한 장기간 패널데이터를 활용해 동일 가구의 주거 및 출산 경로를 시계열적으로 추적함으로써, 기존의 횡단면 연구가 가진 해석상의 한계 역시 보완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변수 간 단순 상관관계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즉, 주거와 출산 결정이 어떤 구조적 맥락과 경로에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출산과 주거정책을 논의할 때 실질적 함의와 방향 설정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Ⅲ. 분석모형
본 연구에서는 부모 세대의 주택점유 형태가 자녀 세대의 주택점유 형태와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분석 방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였다.
첫 번째로, 부모의 주택점유 형태가 자녀의 주거 선택에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랜덤효과 로지스틱 회귀모형(random-effects logistic regression model)을 사용하였다. 이 모형은 패널데이터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모의 자가주택 보유 여부 및 주택 가치와 같은 변수가 자녀가 분가 시점에 자가주택을 선택할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데 적합하다. 해당 분석 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logit(Pti)는 자녀 i가 시점 t에서 자가주택을 가질 확률의 로그 오즈값을 의미하며, α는 절편, Xti는 부모 자산과 자녀의 성별, 연령, 학력 등 다양한 통제 변수로 구성된 설명 변수 벡터, β1은 변수별 계수, μi는 개인별 무작위 효과를 의미한다. 이 모형을 통해 부모의 주거 상태가 자녀의 주택 점유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도출된다. 본 연구는 반복 관측된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부모의 주택 점유 형태가 자녀의 주택 점유 형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주요 설명 변수인 부모의 주택보유 여부 및 자산 수준은 시간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므로, 고정효과(fixed-effects) 모형을 사용할 경우 이들 변수는 모형 내에서 제거되어 분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 불변 변수의 효과를 추정할 수 있으며, 개인 간의 이질성을 통제할 수 있는 랜덤효과(random-effects)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채택하였다. 한편, 고정효과와 랜덤효과 모형 간의 선택을 위한 하우스만(Hausman) 검정은 비선형 로지스틱 모형에서는 해석상 제약이 있고, 본 연구처럼 시간 불변 핵심 변수를 포함하는 경우 비교 기반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생략하였다.
이 모형은 반복 측정된 패널데이터를 분석할 때 자주 사용되며 개체 간의 이질적인 특성을 무작위로 반영함으로써 통계의 일관성과 추정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주택 점유형태(자가여부) 같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변수들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녀 세대의 출산 시점을 중심으로 생존분석(survival analysis)을 진행하였다. 출산 경험(첫째·둘째 출산)은 사건(event) 변수로 설정하고, 출산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분가 시점을 기준으로 관찰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우측 검열(right-censored) 처리하였다. 먼저, 카플란-마이어 생존곡선(Kaplan-Meier survival function)을 통해 주택점유 형태에 따라 출산 확률의 분포를 시각적으로 비교하고, 이어서 콕스 비례위험모형(Cox proportional hazards model)으로 주요 변수의 출산 시점 영향력을 평가하였다. 콕스 비례위험모형은 생존시간 분석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 주택 점유 형태에 따른 출산 시점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적합한 모형이며 설명 변수가 출산 시점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였다.
여기서 h(t|X)는 시점 t에서 출산이 발생할 조건부 위험률, h0(t)는 기준 위험률, X는 설명 변수 벡터, β는 계수 벡터를 의미한다. 본 분석을 통해 자녀의 주거 조건이 출산 시점에 어떠한 통계적 영향을 미치는지 계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모 세대의 주택점유 형태가 자녀의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자녀의 주택점유 형태를 매개로 살펴보기 위해 일반화 구조방정식모형(GSEM)을 적용하였다. GSEM은 다양한 종속변수의 분포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일반화된 구조방정식 모형 형태로 이항형, 순서형, 연속형 변수의 조합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의 케이스에서 보면 출산 여부와 자가 여부가 모두 이항 변수인 경우 로직 함수와 이항 분포를 적용함으로써 보다 적합한 추정이 가능하다. 구조적 경로를 기반으로 부모의 자가 여부가 자녀의 주택 점유형태를 거쳐 출산 결정에 도달하는 간접효과를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구조식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방정식은 자녀의 자가 여부가 부모의 자가 여부와 자녀의 통제변수(Z)에 의해 결정됨을 나타내며, 두 번째 방정식은 출산 여부가 자가 여부와 자녀의 사회경제적 특성(W)에 의해 설명되는 구조를 가진다. 각 식의 오차항은 εi, ηi로 표기하였고, 로짓 링크 함수(logit link function)를 통해 이항 종속변수에 적합하도록 계량화하였다.
이 모형을 통해 부모의 주택점유 형태가 자녀의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직접 경로와 자가 여부를 매개로 한 간접 경로를 각각 분리하여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계수 추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robust 표준오차 추정 방법을 함께 적용하였다.
세 개의 분석 모형은 각기 다른 분석 목적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체 연구의 흐름 내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부모의 자가 보유가 자녀의 주거 선택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녀의 주택점유 형태가 출산 시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이들 관계를 하나의 경로 모형으로 통합하여 부모의 주거 상태가 자녀의 출산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종합적으로 추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동일한 식별번호(pid)를 통해 연결하여 패널자료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모의 주택점유 유형이 자녀의 독립, 주거 선택, 출산 결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은 분가 경험이 있고, 주거 형태와 출산 관련 정보를 모두 보유한 자녀 세대 표본에 한정하였다. 최종적으로 30,051건의 관측값이 분석에 포함되었다. 전체 분석은 세 단계로 구분되었으며, 각 단계에서는 연구 목적에 따라 종속변수, 독립변수, 통제 변수를 조합하여 활용하였다.
종속변수는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자녀 세대가 첫째 및 둘째 자녀를 출산했는지 여부를 각각 이진 변수로 측정하였으며, 이는 구조방정식모형(GSEM)과 생존분석의 주요 결과 변수로 사용된다. 둘째, 각 ‘출산 시점’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분가한 시점을 기준으로 몇 년이 경과한 후에 출산이 이루어졌는지를 연속형 변수로 산출하였다. 또한, 분가 이전에 출산이 이뤄진 경우는 음수값으로 기록하여 실제 가족 구조 및 지원 특성을 반영하도록 하였다.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첫째 자녀 출산까지는 약 3.75년, 둘째 자녀 출산까지는 약 7.94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자녀 주택점유 형태’는 1(자가), 0(임차·무주택)으로 구분되어, 부모의 주택자산과 자녀의 출산 결정 간의 매개 경로 역할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부모 주택점유 형태’와 ‘부모의 주택 평가(시가)액’을 주요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부모 주택점유 형태 변수’는 부모가 자가주택을 소유할 때 1, 그렇지 않을 때 0으로 부호화하였다. 이 변수를 통해 주거 자산의 세대 간 이전과 자녀의 주거 안정성과의 관계를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부모 주택 평가액’ 변수는 만 원 단위의 연속형 변수로 설정하여, 부모의 경제적 여력이 자녀의 주거 선택이나 출산 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표본에서는 부모의 평균 주택자산이 약 1억 4,558만 원으로 나타났다. 점유 형태뿐만 아니라 실질 자산 가치까지 변수에 포함하여, 세대 간 주거 자산의 영향 범위를 넓게 파악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자녀의 성별, 연령, 학력, 삶의 만족도 등 인구 사회학적 특성, 그리고 총소득, 임대소득, 금융소득, 근로소득, 소득 분위 등 경제적 배경 변수도 함께 고려하였다. 자녀의 평균 연 소득은 4,932만 원으로 집계되었고,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은 자녀의 경제적 자립 정도와 부모의 지원 효과를 평가할 때 참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및 구조적 변수를 분석에 반영하였다. 각 분석 단계의 목적에 맞게 이들 변수를 조합하여 자료를 다각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Ⅳ. 분석결과
자녀 세대 표본의 평균 연령은 36.4세로, 주요 생애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에 해당한다. 표본 내 남성 비율은 52.3%, 기혼자 비율은 73.1%로 나타나 결혼이나 출산 경험이 있는 집단의 비중이 높다. 학력은 6점 척도 기준 평균 4.86점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삶의 만족도는 5점 척도에서 평균 3.52점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변수들은 자녀 세대의 출산 여부 및 시점 분석에서 통제 변수로 활용되었다(<표 1>).
출산 관련 변수에서는 첫째 자녀 출산 경험 비율이 60%, 둘째 자녀 출산 경험 비율이 33%로 집계된다. 출산 순위가 높아질수록 출산 경험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된다. 첫째 자녀 출산은 분가 이후 평균 3.75년, 둘째 자녀 출산은 평균 7.94년이 경과한 후 발생하였다. 일부 표본에서는 분가 이전에 출산을 경험한 사례도 포함되어 있으며, 첫째 출산 시점의 최소값은 ‒23년, 둘째 출산의 최소값은 ‒16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가 전 이미 자녀를 출산한 경우를 반영하며, 시간 흐름과 실제 가족 구조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녀 세대의 주거 및 자산 구조에서는 세대 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자녀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41.7%로, 부모 세대(77%)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녀 세대의 평균 연간 총소득은 4,932만 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주택 구입이나 자산 형성에 필요한 초기 자본이 충분하지 않아 실질적인 주거 자산 축적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제적 제약이 주거 안정성 및 출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30,051건의 패널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19개 변수로 구성된 데이터를 활용해 랜덤효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표 2>). 동일 개인의 반복 관측값이 존재하는 패널 구조의 특성상, 분석 과정에서는 개인 식별번호(pid)를 패널 효과로 지정하였으며 전체 회귀모형의 적합도는 Wald χ2(14)=2,926.34(p<0.001)로 산출되어, 변수 조합이 종속변수의 변동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속변수는 자녀의 주택 점유 형태로, 자가를 선택한 경우 1, 임차는 0으로 설정되었다.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의 자가주택 보유 여부는 자녀의 자가주택 보유 확률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부모가 자가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때, 자녀가 자가주택을 보유할 가능성은 약 4.25배[OR(odds ratio)=4.252]까지 높게 나타났다. 여기서 사용된 오즈비(OR)는 어떤 사건(자가 보유)이 발생할 가능성과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의 비율을 두 집단 간 비교한 값으로 오즈비가 1보다 크면 해당 변수는 사건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높은 오즈비는 부모 세대의 주거 자산 보유가 자녀 세대의 주택 점유 형태 결정 과정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결혼 여부도 자녀의 자가 보유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자는 미혼자에 비해 자가주택을 가질 확률이 약 4.23배(OR=4.233)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결혼이 단순한 가족 형성의 계기를 넘어, 주거 독립과 자산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자녀의 연령, 학력수준, 삶의 만족도는 모두 자가 보유와 정(+)의 관계를 보였고 특히 연령의 경우 1세 증가할 경우 자가 보유 확률은 약 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0분위 역시 높은 수준일수록 자가 보유 확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OR=1.13). 반면 총소득, 근로소득, 부동산 소득, 금융소득 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자가 보유에 영향을 주었지만, 승산비가 1.00 수준에 근접해 효과의 크기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소득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계층 내 상대적 위치(소득 분위)가 주택점유 결정에 더 본질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자녀 세대의 자가주택 보유 여부가 단순한 경제적 자원 외에도 부모 세대의 주거 자산, 혼인 상태, 나이, 사회적 소득 위치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구조방정식 모형과 생존분석 등 후속 분석에서 변수 간 인과 경로를 파악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다.
출산 시점의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Kaplan-Meier 생존곡선을 분석에 활용하여 첫째 및 둘째 자녀 출산 시기를 분석하였다. 시간 변수는 자녀 출산 시점(분가 기준 연차), 사건(event) 변수는 출산 여부로 설정하였다(<표 3>).
먼저 첫째 출산 분석에서는 전체 표본 30,051명 중 첫째 출산 여부가 확인 가능한 20,222명을 분석하였고, 연구 기간 내 출산하지 않은 경우는 우측 검열(right-censored) 처리하였다. 자녀 세대의 주택점유 형태를 기준으로 자가 보유 집단과 임차 거주집단으로 나누어 생존곡선을 비교한 결과, 자가주택 보유 집단은 더 이른 시기에 첫 출산이 발생하는 경향이 보였으며, 생존곡선이 빠르게 감소하였다. 반면 임차 거주집단에서는 출산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고 출산 경험이 없는 사례의 비중이 더 높았다. 두 집단 간의 차이는 Log-rank 검정 결과(χ2=2,999.72, p<0.001)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그림 2>).
같은 방식으로 둘째 출산 분석은 첫째 자녀 출산을 이미 경험한 응답자 중 둘째 출산 여부가 명확히 확인된 28,1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이 분석도 자녀 세대의 주택점유 형태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생존곡선을 비교한 결과, 자가 보유 집단이 임차 거주 집단에 비해 둘째 출산 시점이 빠르게 나타났으며, 생존곡선의 하락 속도도 더 급격하게 내려갔다. Log-rank 검정 결과(χ2=1,938.68, p<0.001) 역시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시켜 주었다(<그림 3>).
이러한 분석 결과는 주거 안정성이 자녀 출산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가주택 보유 여부는 단순한 주거 선택의 요인을 넘어 출산 결정 시점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Cox 비례위험모형을 활용한 분석 결과(<표 4>), 자녀 세대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출산 시점에 도달할 확률(Hazard ratio, HR)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자녀의 주택점유 형태는 출산 시점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는데,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첫째 출산의 위험비(HR)는 1.72, 둘째 출산은 1.65로 각각 산출되었으며, 이는 동일한 조건에서 임차 거주자에 비해 출산 시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각각 72%, 65% 높음을 의미한다.
부모의 주택 점유 형태는 첫째 출산에는 10% 유의수준에서 유의미한 경향을 보였으며(HR=1.05), 둘째 출산에서는 5% 유의수준에서 유의하게 나타났다(HR=1.08). 반면, 부모 주택 시가는 첫째 출산에는 유의하게 영향을 주었으나(HR=1.00), 둘째 출산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자녀의 성별은 두 출산 모두에서 유의한 영향을 보였다. 여성일 경우 남성에 비해 출산 시점에 도달할 위험이 낮았으며, HR은 각각 0.74, 0.76으로 산출되었다.
연령, 학력 수준, 삶의 만족도 역시 출산 시점과 관련성이 확인되었다. 연령은 첫째(HR=1.04)와 둘째(HR=1.05) 모두에서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며, 학력 수준은 첫째 출산에서는 정(+)의 영향(HR=1.02), 둘째 출산에서는 부(‒)의 영향(HR=0.95)이 나타나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삶의 만족도는 첫째 출산에서는 유의미한 정(+)의 영향(HR=1.06)이 있었으나, 둘째 출산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987).
자산 변수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은 두 출산 모두에서 HR이 1.00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단위 규모의 증가에 따라 출산 시점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총소득, 부동산소득, 금융소득 등은 대부분 유의하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은 두 출산 모두에서 유의한 정(+)의 영향을 보였다. 특히, 소득 10분위는 첫째(HR=1.30) 및 둘째 출산(HR=1.25) 모두에서 유의하게 출산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구조방정식모형 분석에서는 부모 세대의 주택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거 안정성과 출산 결정에 어떠한 인과관계를 갖는지를 파악하고자, 일반화된 구조방정식모형(GSEM)을 적용하였다.
본 모형은 관측변수만을 활용한 구조모형이며, 분석 모형은 다음과 같은 주요 경로를 포함한다. 첫째, 부모의 주택점유 상태와 주택 가치가 자녀의 주택 소유 여부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경로(<표 5>), 둘째, 자녀의 주택 소유 여부가 첫째 및 둘째 자녀 출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표 6>)이며, 이때 부모 변수와 출산 변수 간에는 자녀 주택점유를 매개로 한 간접효과가 형성된다.
변수명 | 첫째 출산 β | p값 |
---|---|---|
부모의 주택 점유 형태 | 0.751*** | 0.000 |
부모 주택 평가(시가)액(단위: 억 원) | –0.04*** | 0.000 |
모형 적합도는 로그우도(‒36,118.443)를 기준으로 양호하게 나타났으며, 주요 경로의 계수 추정값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도출되었다. 구체적으로, 부모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자녀의 자가 보유 확률은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β=0.751), 자녀가 자가를 보유한 경우 첫째 출산에 대한 경로계수는 0.974, 둘째 출산의 경우 0.654로 나타났다. 이는 자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이 출산 시점뿐 아니라 추가 출산 여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출산과 둘째 출산 간 영향력 구조를 비교한 결과, 몇 가지 차이가 나타났다. 예컨대 학력 수준은 첫째 출산에서는 음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나(β=‒0.054), 둘째 출산에서는 보다 강한 음의 영향력(β=‒0.070)이 관찰되었다. 반면, 자녀의 생활 만족도는 첫째 출산에서는 유의수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p=0.057), 둘째 출산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71). 이는 출산 순위에 따라 개인 특성의 영향력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는 세대 간 주거 자산의 영향력이 단순한 경제적 이전에 그치지 않고, 자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이라는 매개 경로를 통해 출산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의 자산 축적이 자녀 세대의 인구학적 행태에 구조적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이 실증적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출산이 단일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세대의 주거 자산, 자녀의 자가 보유 상태, 혼인 여부, 경제적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드러났다. 부모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자녀의 자가 소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이로 인한 주거 안정성이 출산 시기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생존분석과 구조방정식모형(GSEM)에서 모두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특히 첫째 출산에서는 부모 자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고, 둘째 출산에서도 이 효과가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결국, 출산 결정은 여러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누적적 경로의 결과임을 실제 데이터에서 살필 수 있었다.
Ⅴ. 연구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자료를 기반으로, 부모 세대의 주택 점유 유형과 자산 규모가 자녀 세대의 주거 독립 과정과 출산 결정에 어떠한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 다층적 계량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다. 분석 결과, 부모의 자가주택 보유 여부가 자녀의 자가 보유 확률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자녀의 주거 안정성은 출산 시기와 출산 여부까지 매개적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랜덤효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활용하여 자녀의 자가 보유 여부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을 파악하였다. 그 다음 분석으로 카플란 마이어 생존곡선과 콕스 비례위험모형을 통해서는 주거 형태별로 출산 시점의 차이와 그 결정 요인을 시간적으로 살펴보았으며 마지막으로 구조방정식모형(GSEM)을 적용해 부모 자산이 자녀의 주택 점유 및 출산 결정에 미치는 경로를 수치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부모가 자가주택을 갖고 있을 때 자녀가 자가를 소유할 가능성은 약 4.25배(OR=4.252)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여부와 소득 분위 역시 자녀의 주택 점유와 출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존분석에서는 자가를 보유한 자녀 집단이 임차 거주 집단보다 첫 출산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경향이 있었다. Cox 비례위험모형 결과 역시 자가 보유가 출산 위험을 71.6%(HR=1.716) 높이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GSEM 분석에서는 부모의 자가 보유가 자녀의 자가 보유에 0.751, 자녀의 자가 보유가 첫째 출산(0.974)과 둘째 출산(0.654)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연관성이 수치적으로 확인되었다.
요컨대, 부모 세대의 주거 자산이 자녀의 생애 전환, 특히 주택 점유와 출산에 이르는 경로 전반에 걸쳐 구조적·누적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주거 안정성의 확보가 출산 결정의 핵심 매개 요소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결과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별 지원을 넘어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주거 안정 정책이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그동안 출산 관련 논의가 개별적인 가치관, 소득 수준, 교육 배경 등 미시적 변수에 집중되어왔던 기존 접근과 달리, 가구 간의 자산 격차와 세대 간 자산 전이 구조에 중점을 두고 분석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즉, 출산이라는 현상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결과로 한정하지 않고, 해당 선택이 형성되는 사회경제적 기반, 그리고 부모 세대의 누적된 자산 영향력까지 실증적으로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출산 시점 분석에 있어, 전통적으로 분가 이후에만 출산이 이루어진다는 가정에서 벗어나, 부모와 동거하는 상태에서의 출산까지 함께 포착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가족 중심적 현실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분가 이전 출산이라는 특수한 사례를 음수 생존시간이라는 계량적 개념으로 처리하여, 실제 현상을 충실하게 반영한 분석 설계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시간 변수 해석의 이론적 근거와 실증적 타당성을 동시에 확보하였고, 정책 설계의 실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또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단순한 소득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소득 분위와 같은 상대적 계층 위치가 더 높은 설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 가능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한편, 주거 안정성과 경제 기반의 확보가 출산 결정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특히 동일한 금전적 지원이 제공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불안정한 집단에서는 그 효과를 더 크게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출산 시기를 미루거나 유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며, 이들 계층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거비 경감, 자산 형성 기회 제공,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지원 정책은 특히 중하위 소득층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 보다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더불어, 본 연구는 부모 세대의 주택자산이 자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을 매개로 출산 결정에 이르는 경로를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부모의 자가 보유 여부는 자녀의 주택점유 형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자녀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첫째와 둘째 출산 모두에서 출산 확률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부모 자산이 단순히 단기적인 지원 수단을 넘어, 구조적인 주거 안정 기반을 형성함으로써 자녀 세대의 생애사적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층이 부모로부터 주거 자산을 물려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세대 간 자산 이전의 불균형이 출산율 격차로 전이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적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특히 자가 마련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공공분양 기회 확대, 주택 금융 지원, 자산 형성 계좌 운영 등을 통해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출산 결정에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구조방정식모형(GSEM) 분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상당수는 첫째 출산 시점에서 더 강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일부 영향은 둘째 출산으로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는 정책적 개입의 시점을 단기적 유인책보다는 생애 전환기, 특히 첫 출산 전후의 시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기를 겨냥한 전략적 지원은 향후 출산 결정에 누적적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적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저출산 완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KLIPS 패널데이터를 활용하여 구조방정식모형, 생존분석, RE 패널 로지스틱 회귀분석 등 다양한 통계 기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해, 세대 간 주거 자산 구조와 자녀 출산 결정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남아 있다.
우선, KLIPS 데이터는 대표성 있는 장기 조사라는 장점이 있지만, 설문 내용의 한계로 인해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책에 대한 생각, 사회문화적 태도와 같은 부분은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런 점은 본 연구의 한계로 남는다. 앞으로는 심층 면접, 참여 관찰, 또는 설문과 인터뷰를 함께 활용하는 혼합연구(mixed methods) 방식을 통해, 주거나 출산 결정 과정에 숨겨진 사회적·심리적 배경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한계는, 이번 연구에서 자녀의 주거 형태를 자가(1)와 임차(0)로 단순하게 나눈 점이다. 실제 현실에서는 전세, 월세, 공공임대 등 다양한 주거 방식이 존재하며, 이들 각각의 안정성이나 경제적 부담도 다르다. 향후에는 주거 형태를 더 세분화해서 각 유형의 특성과 차이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거의 질, 거주지 환경, 지역적 특성 같은 변수도 추가하면 연구 결과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정책 요인과의 연계도 중요한 과제다. 본 연구는 부모의 자산과 자녀의 경제 상황에 주로 주목했지만, 실제로 출산 결정에는 보육 지원, 출산 장려, 주거 복지 등 다양한 정책이 영향을 준다. 앞으로는 이런 정책 변수들이 주거 선택이나 출산 결정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함께 분석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분석 방법 측면에서도 보완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구조방정식모형(GSEM)으로 변수 간의 관계를 분석했지만,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인과관계를 추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패널 구조방정식모형(panel SEM), 성장경로모형(latent growth curve model) 등 시간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계량 기법의 활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출산 결정 과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더욱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연구 설계나 데이터의 제한 때문에 아쉬운 점이 남지만, 본 연구는 앞으로 세대 간 주거 자산과 저출산 문제를 연결하는 실증 분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