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7년 후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의 근본 요인은 초저출산이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고(통계청, 2024), 이는 고령화 가속화, 경제성장 둔화, 노동력 감소, 지역공동체 붕괴 등 복합적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은 대학의 통폐합과 지역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며, 지역대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2023)는 사립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확대에 따라 2025년 약 53개 대학에서 1,684억 원 규모의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이 중 94.4%가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약 50%에 해당하는 113개 지역이 소멸위험지수1) 0.5 미만 지역으로 분류되어 지역 소멸 위기 또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중소도시에 은퇴자 귀향타운 조성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연계형 은퇴주거단지(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 UBRC)는 대학 재정난과 지역 붕괴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초고령화에 따른 평생교육 수요 증가는 UBRC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실제로 성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2017년 34.4%에서 2019년 41.7%로 상승하였다(한국교육개발원, 2022). UBRC는 대학의 교육·문화·의료 인프라를 고령층에게 개방함으로써 은퇴자의 학습 수요를 새로운 교육시장으로 전환하고, 지역대학의 재정 지속 가능성과 지역사회의 고령 친화적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특히 고령 친화적 환경을 이미 구축한 대학일수록 UBRC 도입 적합성이 높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지역대학을 대상으로 UBRC 도입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UBRC 도입 가능 캠퍼스와 비도입 캠퍼스 간의 특성 차이를 규명하고, 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다. 둘째, UBRC 도입 가능 캠퍼스의 고령 친화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색하여 UBRC 도입의 실질적 가능성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UBRC 도입에 적합한 캠퍼스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향후 정책 수립 및 실무 적용을 위한 구체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 대상은 2022년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대학 중 고등교육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대학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을 제외한 지역대학으로 한정하였다. 복수 캠퍼스를 운영하는 대학은 각 캠퍼스를 개별 분석 단위로 포함하였으며, 특정 전문 분야에만 특화된 대학은 연구 목적과의 적합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제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336개 캠퍼스를 분석 대상으로 확정하였다.
UBRC 도입 가능 요인을 설정하기 위해 먼저 고령친화대학(age-friendly university, AFU)의 개념과 가이드라인을 분석의 틀로 삼고, 해외 AFU 지정 대학 사례를 검토하였다. 이를 토대로 UBRC 도입과 연계 가능한 네 가지 고령 친화 요소인 노인 친화학과와 노인 친화 프로그램, 노인 관련 연구소와 대학 부속병원을 도출하였다. 각 요소의 상대적 중요도를 산출하기 위해 계층분석기법(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을 이용하였고, 부동산·복지·금융·시공·시행·대학 실무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일관성 검증을 통과한 20부의 응답을 최종 분석에 활용하였다.
이후 네 가지 고령 친화 요소 중 하나 이상을 갖춘 대학을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설정하고, 다음 두 단계의 실증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종속변수는 UBRC 도입 가능 여부(이분형)로 설정하고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 analysis)으로 UBRC 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검증하였다. 이 모형은 도입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을 식별하는 데 초점을 둔 분석으로 설계되어, 모형의 설명력 자체보다는 변수의 방향성과 통계적 유의성 검증에 중점을 두었다. 둘째, UBRC 도입 가능 캠퍼스 73개를 대상으로 고령 친화도 지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으로 고령 친화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다. 독립변수는 캠퍼스의 물리적 특성, 운영 특성 그리고 입지 특성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는 AFU 이론 및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한 정성적 요소 도출, AHP를 통한 중요도 계량화, 그리고 로지스틱 및 다중회귀분석을 통한 실증 검증이라는 혼합 연구 방법을 적용하였고,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UBRC 도입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와 차별성을 가진다.
Ⅱ. 이론적 고찰
연속보호체계형 은퇴주거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CCRC)는 고령자의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주거·돌봄·의료 서비스를 단일 단지 내에서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주거 모델로, 익숙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연속적 돌봄 체계(continuum of care)를 특징으로 한다(김세율 외, 2022; AARP, 2022). 일반적으로 55세 이상 중·고령자가 건강할 때 입주하여 독립생활주거(independent living), 생활보조주거(assisted living), 간호요양(nursing home) 등으로 전환하며, 이런 구조를 통해 AIP(aging in place)가 실현된다. 또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감, 우울감, 인지 저하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CCRC는 사회적 관계 유지와 의료 서비스 통합을 통해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동질적 연령층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인해 지역사회와의 단절 및 세대 간 고립이라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교육·세대 교류·지역사회 개방성을 결합한 차세대 복합 주거모델이 요구되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2)가 2008년 이후 본격 은퇴기에 진입하면서 UBRC가 주목받기 시작했다(서연미 외, 2023; 우경진·전영미, 2020; 황경란 외, 2015).
UBRC는 2006년 George Mason University의 Andrew Carle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대학 캠퍼스 내부 또는 인접 지역에 조성된 은퇴자 커뮤니티를 말한다. UBRC는 대학의 교육·문화·의료 자원을 활용하여 평생학습, 세대 교류, 건강관리, 사회참여 기회를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CCRC의 돌봄 기능과 대학의 학문·문화 기능을 결합한 모델로 평가된다(임형빈·차정우, 2020; Hou and Cao, 2021).
Carle(2006)은 UBRC 설계·운영을 위한 다섯 가지 기준(mason criteria)으로, 캠퍼스 주요 시설에 접근 가능한 거리(약 1마일, 1.6km 이내)에 위치할 것, 고령 거주자와 대학 구성원이 수업·봉사·인턴십 등을 통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도화할 것, 연속적 돌봄 체계 제공할 것, 대학과 운영 주체 간의 재정·운영 협력 구조가 명확할 것, 입주자의 10% 이상은 동문·은퇴 교직원 등 대학과 연관된 인물로 구성할 것을 제시하였다.
UBRC는 거주자에게는 평생교육과 의료 서비스, 사회적 소속감을 제공하고, 대학에는 재정 다각화와 브랜드 제고, 지역사회에는 소비·고용 창출 등 다층적 파급효과를 유발한다(안은희, 2013; 임정기·홍세영, 2019; 임진섭 외, 2017; Helsabeck and Ritchey, 2004; Hu et al., 2008), 즉, UBRC는 CCRC의 연속적 돌봄 기능을 기반으로 대학의 교육·문화·의료 자원과 결합한 고령자 주거모델로,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대학·지역사회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차세대 고령자 복합 주거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AFU는 고령자 친화적 환경 조성을 통해 고령화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는 연령 통합형 대학 모델이다. 대학의 교육·연구·봉사 기능을 고령사회에 맞게 재구성하여, 고령자에게 교육·문화·복지·일자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를 촉진한다(신혜리 외, 2018; 임진섭 외, 2020).
AFU 개념은 2012년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학교(Dublin City University)에서 최초로 제안되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교(University of Strathclyde)와 함께 고령친화대학 10대 원칙을 제정하였다(Age-Friendly University Global Network, 2012; Talmage et al., 2016). 이후 전 세계 100여 개 이상의 대학들이 AFU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고령자 교육 및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고 있다.
AFU의 10대 원칙 가운데 <원칙 9>는 은퇴 커뮤니티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성하고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동문 관계 유지 수준을 넘어, UBRC 조성 및 운영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된다. 즉, 대학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은퇴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대학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공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AFU를 채택한 대학은 UBRC 도입을 실질적 실행 전략으로 활용하거나,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Lim et al.(2023)은 대학의 고령친화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총 60개 지표를 제시하였으며, 이를 사회 참여 및 봉사, 평생학습, 노년층의 요구 반영, 고령 친화 환경, 행정 지원의 다섯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Lim et al.(2023)의 지표를 대학의 내부적 상황, 건물 및 환경, 정량적 지표로 분류하고, 이 중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4개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캠퍼스별 고령 친화도를 평가하였다(<표 1>).
Ⅲ. 선행연구 검토
UBRC 연구는 크게 해외 사례분석을 통한 모델 탐색과 인식 및 수요조사 기반의 효과 분석으로 구분된다.
첫째, 사례분석 중심 연구는 주로 미국 및 일본의 UBRC를 검토하여 한국형 UBRC의 설계 방향을 제시하였다. 안은희(2013)는 대학과 병원이 인접한 입지가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 조건임을 강조하며, UBRC를 대학 재정위기의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김미희(2015)는 미국 MRC(Meadowood Retirement Community)와 VSB(Villa St. Benedict) 사례를 통해 CCRC 구조가 대학 자원과 결합될 때 세대 교류 활성화 효과가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다만 한국에서는 전문 운영주체의 부재가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적하였다.
김미희·김석경(2015a)은 대학의 참여 수준과 케어 제공 범위에 따라 UBRC를 유형화하고, URC(university retirement community)와 university commons 사례를 비교하였다. 전자는 연속보호체계와 교육 기능이 통합된 반면 후자는 자립형 주거 중심으로 연계성이 약하다고 평가하였다. UBRC는 대학 개입 정도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사회계층 혼합 전략을 통해 수요 기반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다. 이어 임하라·김석경(2022)은 미국 주요 UBRC의 물리적 공간 특성과 공용시설 활용을 분석하여, 옥외공간 접근성 및 세대 교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둘째, 수요 및 인식 기반 연구는 UBRC 운영 프로그램 참여자, 종사자 및 잠재 수요자를 대상으로 UBRC의 필요성과 선호를 검증하였다. 윤홍근(2019)은 국내 유사사례(더 클래식 500과 엘펜하임)를 분석하여 대학 연계와 세대 교류의 부재를 한계로 지적하였으며, 대학-운영주체 간 협력 강화를 제언하였다. 임정기·홍세영(2019)은 용인대학교와 연계된 UBRC 참여자 연구를 통해, 교육·세대 통합 기능이 노년층의 공동체 형성과 삶의 만족도에 기여함을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김미희·김석경(2015b)은 지방 국립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UBRC 입주 의향이 높고, 건강관리 및 평생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음을 밝혔다. 우경진·전영미(2020)는 수도권 은퇴 예정자 대상 연구에서 고학력·고소득·남성층의 UBRC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평생학습 경험이 많을수록 참여 의사가 높다고 보고하였다.
이상의 연구들은 UBRC의 사회적 타당성과 수요 기반을 규명하였으나, 대부분 사례·인식 중심의 질적 접근에 머무르고 있으며,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정량적 실증 연구는 부족하다.
국내에는 아직 UBRC 도입 사례가 없기 때문에, 선행된 노인주거시설 입지 분석 연구가 UBRC 계획 수립의 기초가 된다.
김명식 외(2022)는 K-CCRC 추진 기초연구에서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고령인구 비율이 높고 노인복지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우선 개발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또한 의료자원과 주택보급률을 포함한 정밀 입지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된 주거지 재생을 분석한 서수정 외(2020)는 고령자 비율·의료 접근성·교통 여건·돌봄 조직 현황이 핵심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이들 연구는 노인주거시설의 입지 선정 시 인구 구조, 복지 인프라, 의료 접근성을 종합 고려해야 함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UBRC 입지 선정 및 계획 수립에도 이론적 근거가 된다.
기존 연구들은 UBRC의 개념적 타당성과 사회적 필요성을 폭넓게 제시하였으나, 대부분 해외 사례 분석이나 인식조사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 도입 가능성을 검증한 정량적 실증연구는 부재하였다. 이에 반해 본 연구는 국내 지역대학 336개 캠퍼스를 대상으로, UBRC 도입 가능성을 정성적·정량적 방법을 결합하여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AFU 개념과 해외 사례를 검토하여 4가지 고령 친화 요소를 도출하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AHP 분석을 통해 각 요소의 중요도를 계량화하였다. 이후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를 조작적으로 정의한 뒤, 로지스틱 및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UBRC 도입 가능 요인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캠퍼스 내부 요인(물리적·운영 특성)과 외부 요인(지역 인구구조, 고령화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을 동시에 반영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국내 실정을 반영한 최초의 UBRC 실증 연구로서 대학 단위의 정량적 분석을 수행하고, 대학 내부 특성과 지역 외부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분석틀을 제시하였다. 또한, UBRC 도입의 정책적·실천적 시사점을 도출하여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지닌다.
Ⅳ. 실증분석 모형 및 변수 설정
본 연구는 「고등교육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대학 중, 대지 면적 등 입지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캠퍼스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목적이 지역대학의 위기 대응을 위한 UBRC 도입 가능성 탐색에 있으므로, 서울 소재 대학은 제외하였다. 복수 캠퍼스를 운영하는 대학은 각각을 개별 단위로 포함하였으며, 특수목적 대학은 연구 취지와의 적합성이 낮아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전국 336개 캠퍼스를 표본으로 선정하였다.
UBRC 도입 가능 캠퍼스의 정의는 AFU 개념에 근거하였다. 특히 AFU 10대 원칙 가운데 <원칙 9>는 자체 은퇴 커뮤니티를 대학이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명시하고 있어, UBRC와 AFU의 밀접한 연계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로드아일랜드대학교(University of Rhode Island)와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는 AFU 지정 이후 UBRC 설립을 논의 중이며(Clark and Leedahl, 2019; Luz and Baldwin, 2019), 이는 고령 친화도가 높을수록 UBRC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본 연구는 Lim et al.(2023)이 제시한 고령 친화도 지표 중 정량적으로 검증 가능한 네 가지 항목(<표 2>)을 중심으로 고령 친화 요소, 즉 노인 친화학과,3) 노인 관련 연구소, 대학 부속병원, 노인 친화 프로그램 등 네 가지 요소를 도출하였다. 이 중 하나 이상을 갖추고 있는 캠퍼스를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특히 대학 부속병원은 UBRC가 CCRC의 연속보호체계(continuum of care) 성격을 지니는 점에서 의료 접근성의 핵심 지표로 포함하였다.
연구 대상 336개 캠퍼스 중 <그림 1>과 같이 4가지 고령 친화 요소 중 한 개 이상을 갖춘 고령 친화 캠퍼스는 총 73곳(전체의 약 21.7%)으로 조사되었다.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는 노인 친화학과, 노인 관련 연구소, 대학 부속병원, 노인 친화 프로그램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한 대학으로 정의하였다. AFU 사례에서 확인되듯, 고령 친화도가 높을수록 UBRC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하에 네 가지 요소의 상대적 중요도를 분석하였다.
전문가 판단 기반의 AHP를 활용하여 중요도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일관성지수(consistency index≤0.1)를 기준으로 응답의 신뢰성을 검증하였다(안근철·이명훈, 2022). 설문은 UBRC 및 노인주거 분야 전문가 25인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부동산·금융·시공·복지·대학 행정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였다.
분석 결과, 대학 부속병원(0.471)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었으며, 다음으로 노인 친화 프로그램(0.238), 노인 관련 연구소(0.146), 노인 친화학과(0.145) 순으로 나타났다(<표 3>). 이는 UBRC가 CCRC의 연속보호체계를 기반으로 의료 접근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김미희·김석경, 2015a; 안은희, 2013; 우경진·전영미, 2020).
전문가 집단별 세부 차이는 있으나, 모든 집단에서 대학 부속병원을 1순위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결과의 일관성이 확인되었다. 교수 집단은 교육 기반을 강조하며 학과의 중요성을, 시설·시행 그룹은 프로그램 운영 역량을, 대학 실무진은 연구소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였다.
본 연구는 캠퍼스별 자료와 해당 캠퍼스가 위치한 시·군·구의 지역 자료를 결합하여 데이터를 구축하였다. 캠퍼스 자료는 대학알리미와 교육통계서비스를 통해 수집하였으며, 학생 수(입학생, 재학생 등), 충원율, 교지·교사시설 확보 현황, 직원 및 교원 수 등의 정보를 포함하였다. 지역 자료는 통계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및 각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구득하였고, 대형병원 인접 여부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과 네이버지도를 통해 확인하였다.
UBRC 도입 가능성은 대학이 UBRC를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물리적 여건을 의미하며, 이를 캠퍼스의 물리적 특성과 운영 특성 및 입지 특성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총 15개의 독립변수를 설정하였다(<표 4>).
캠퍼스의 물리적 특성은 대학이 보유한 공간 자원과 활용 잠재력을 반영하는 변수로 구성하였다. 보유면적은 캠퍼스의 규모를 나타내며, 규모 간 편차를 보정하기 위해 자연로그값을 사용하였다. 교사시설4) 확보율은 법정 기준 대비 실제 확보된 교육·지원·연구시설 면적 비율로, 교육환경의 질과 공간 활용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미사용 부지 비율은 교육용 부지 중 미활용 면적의 비율로, 향후 수익형 개발로 활용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변수로 포함하였다(김미희, 2015; 임하라·김석경, 2022; Carle, 2006).
캠퍼스 운영 특성은 대학의 조직 역량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변수로 설정하였다. 설립유형은 사립대학 여부(사립=1, 국공립=0)로 구분하였고, 재학생 수는 대학 규모를 나타내는 변수로 5,000명 이상이면 1, 미만이면 0으로 더미화하였다. 입학생 증가율은 2020년 대비 2022년 입학생 수의 증감을 계산한 것으로, 대학의 재정 안정성과 미래 수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였다. 재학생 충원율은 모집 정원 대비 실제 재학생 수 비율로, 대학의 인적 자원 확보 역량을 반영한다. 교직원 수는 전임교원과 직원을 합한 수치로, 퇴직 후 지역 정착 가능성과 UBRC의 잠재적 초기 수요 기반을 파악하기 위한 변수이다(김미희·김석경, 2015b; Carle, 2006).
캠퍼스 입지 특성은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의 인구 구조 및 복지 인프라 수준을 반영하였다. 지역 인구 규모, 초고령사회 여부(노인 비율 20% 이상인 지역=1), 노령화지수(유소년 대비 노인 인구 비율), 8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인구감소지역 여부(행정안전부 지정=1), 노인복지시설 수(노인 1,000명당 시설 수), 그리고 대형병원 인접 여부 등 7개 변수를 설정하였다. 대형병원 인접 여부는 캠퍼스 반경 2km 이내에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존재하는지 확인하였다. 이 기준은 이관용(2007)이 제시한 응급 상황에서 3~5분 이내에 응급의료 인력이 도착할 수 있는 거리(교통 체증 시 15분 이내)와 고령자가 도보로 접근 가능한 생활권 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UBRC의 성공적 운영에 있어 의료 접근성 확보가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로 간주된다(김명식 외, 2022).
Ⅴ. 대학연계형 은퇴주거단지 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에 관한 실증분석
본 연구는 대학의 고령 친화도가 높을수록 UBRC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토대로, 캠퍼스를 둘러싼 물리적·운영적·입지적 특성이 UBRC 도입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전국 336개 캠퍼스로, 노인 친화학과·프로그램·연구소·대학 부속병원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한 경우를 UBRC 도입 가능 캠퍼스(1)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도입 캠퍼스(0)로 구분하고,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UBRC 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정책적 판단의 기초 자료로 제시하는 데 있다. 분석의 초점은 모형의 설명력 크기보다는 변수 간 관계의 방향성과 통계적 일관성을 검증하는 데 두었다. 이는 UBRC 도입의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구조적 요인을 탐색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정책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의의를 둔다.
전체 336개 캠퍼스 중 73개(21.7%)가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분류되었다. 캠퍼스별 물리적 특성을 보면, 평균 보유면적은 약 29만 7천㎡로 캠퍼스 간 규모 편차가 컸으며, 교사시설 확보율과 미사용 부지 비율 또한 대학별 차이가 뚜렷하였다.
운영 특성에서는 사립대학이 전체의 84.5%로 다수를 차지했고, 재학생 5천 명 미만인 중소 규모 대학이 68% 수준이었다. 입학생 증가율은 평균 0.4%로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으며, 일부 대학은 입학생 수가 크게 감소하였다.
입지 특성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에 위치한 캠퍼스가 37.5%, 인구감소지역이 14.6%로 나타났다. 또한, 41.1%의 캠퍼스가 반경 2km 이내에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보유하고 있어, 의료 접근성이 확보된 대학이 일정 부분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포는 UBRC 도입 가능성이 대학의 내부 여건뿐 아니라, 지역의 인구 구조 및 복지 인프라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표 5>, <표 6>).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UBRC 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였다. UBRC 도입 가능 캠퍼스 여부(이분형)를 종속변수로, 캠퍼스의 물리적·운영·입지 특성의 총 15개 변수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였고, 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Version 29(IBM Corp., Armonk, NY, USA)를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설명력은 24.3%로 나타났으며, 캠퍼스의 보유면적, 사립 여부, 재학생 규모, 교직원 수, 대형병원 인접 여부, 지역 인구 규모, 초고령사회 여부 등이 UBRC 도입 가능성과 유의한 정(+)의 관계를 보였다.
먼저 보유면적은 UBRC 도입 가능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데(OR=1.418, p<0.1), 이는 넓은 캠퍼스일수록 주거·의료·복지시설을 통합한 복합공간 조성이 용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Maxfield et al.(2023)의 연구에서는 Arizona State University 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미라벨라(Mirabella)’의 사례를 통해, 충분한 부지 확보가 세대 간 상호작용 및 공간 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반면, 교사시설 확보율 및 미사용 부지 비율은 종속변수와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운영 특성에서는 사립 여부(OR=3.398, p<0.05), 5천 명 이상 재학생(OR=2.027, p<0.05), 교직원 수(OR=1.108, p<0.05)가 모두 UBRC 도입 가능성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 이는 사립대학의 행정적 유연성과 인적 기반이 UBRC 추진에 유리하며, 교직원이 잠재 입주 수요층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김미희·김석경, 2015b). 반면 입학생 증가율은 부(‒)의 영향을 보였다(OR=0.978, p<0.1). 이는 입학생 감소가 UBRC와 같은 신규 수익 모델을 고려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입지 특성에서는 지역 인구 규모(OR=1.318, p<0.05), 초고령사회 여부(OR=1.375, p<0.1), 대형병원 인접 여부(OR=2.182, p<0.05)가 모두 정(+)의 영향을 미쳤다. 인구 규모가 크고 의료 접근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UBRC 도입에 유리하며,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김명식 외, 2022; 이관용, 2007).
결과를 종합하면, 넓은 캠퍼스 면적, 사립대학, 재학생과 교직원 수 규모, 대형병원 접근성, 고령인구 밀집 지역 등은 UBRC 도입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학생 수 감소는 대학의 UBRC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UBRC가 대학의 재정 안정화 및 지역사회 활력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표 7>).
Ⅵ. 대학연계형 은퇴주거단지 도입 가능 캠퍼스의 고령 친화도 수준에 미치는 영향 요인에 관한 실증분석
두 번째 단계에서는 UBRC 도입 가능 캠퍼스의 고령 친화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Ⅴ장에서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정의된 73개 캠퍼스이며, 각 캠퍼스의 고령 친화도를 정량화하여 종속변수로 설정하였다.
각 캠퍼스는 고령 친화 요소를 1~3개까지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동일한 개수를 보유하더라도 구성 요소에 따라 고령 친화도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고령 친화 요소의 상대적 중요도 분석 결과(<표 3>)를 가중치로 적용하여, 캠퍼스별 보유 요소의 가중치의 합을 산출하고 이를 정량화된 고령 친화도 지수로 활용하였다(<표 8>).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요소 개수를 세는 수준을 넘어, 각 요소의 실질적 영향력을 반영함으로써 캠퍼스 간 고령 친화도의 차이를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분석 대상인 73개 캠퍼스는 주로 비수도권 중소도시 및 광역시 인근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약 40%는 초고령사회 지역에 속한다. 또한, 약 절반(54.8%)은 반경 2km 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위치해 있어, 의료 접근성이 확보된 지역형 캠퍼스의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분포는 UBRC 도입 가능성이 대학의 내부 여건뿐만 아니라 지역의 인구 구조, 복지 인프라, 의료 접근성 등 외부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됨을 시사한다.
UBRC 도입 가능 캠퍼스 73개를 대상으로 각 캠퍼스의 고령 친화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는 고령 친화 요소의 가중치 분석 결과를 반영한 고령 친화도 지수로 설정하였다. 독립변수는 캠퍼스의 물리적·운영·입지 특성으로 구분하여 총 14개 변수로 구성하였고, 설립 유형(사립/국공립)은 분석 대상의 약 90%가 사립대학이라는 표본 불균형을 고려하여 제외하였다.
분석에는 IBM SPSS Statistics, Version 29(IBM Corp., Armonk, NY, USA)를 사용하였고,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Durbin-Watson 통계량은 2.144로 잔차의 독립성 가정을 만족하였고, 다중공선성 문제는 없었다.
물리적 특성부터 살펴보면, 보유면적, 교사시설 확보율, 미사용 부지 비율 모두 고령 친화도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Ⅴ장 분석에서 보유면적이 UBRC 도입 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실제 고령 친화 요소를 얼마나 갖추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는 물리적 규모 자체가 결정적 요인이 아님을 의미한다.
운영 특성에서는 재학생 규모(5천 명 이상 여부)는 고령 친화도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0.348, p<0.05). 규모가 큰 캠퍼스일수록 고령 친화 요소를 다양하게 갖추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입학생 증가율은 부(‒)의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되었는데(β=‒0.062, p<0.05), 이는 입학생 수가 감소한 캠퍼스일수록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새로운 수익모델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직원 수는 고령 친화도에 유의한 정(+)의 관계로 나타나(β=0.310, p<0.1), 교직원이 많은 대학일수록 인적 기반이 탄탄하고, 고령 친화 요소 도입과 관리 역량이 높으며, 동시에 교직원 자체가 UBRC의 잠재적 수요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재학생 충원율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입지 특성을 보면, 지역 인구 규모(β=0.138, p<0.1)와 8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β=0.032, p<0.1)은 모두 고령 친화도에 정(+)의 영향을 미쳤다.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일수록 교통 인프라 및 생활 기반 시설이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어 고령 친화 프로그램 운영에 유리하고, 초고령층이 많은 지역은 UBRC의 주요 수요 기반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형병원 인접 여부는 고령 친화도에 가장 뚜렷한 영향을 준 변수 중 하나로 확인되었다(β=0.345, p<0.05). 이는 고령자의 건강관리와 응급 대응 측면에서 의료 접근성이 핵심 요소임을 반영하며, 실제로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지역에 위치한 캠퍼스일수록 고령 친화 요소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 지역 여부, 노령화지수, 인구감소지역 여부, 노인복지시설 수는 고령 친화도와 유의미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다(<표 9>).
Ⅶ. 결론
지역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대학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권오혁 외, 2021). 대학의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 수 감소는 곧 재정 악화를 의미하며, 이는 서울보다 충원율이 낮은 지역대학에 더욱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다. 반면, 지방 권역은 고령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향후에도 급속한 고령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대학이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본 연구는 지역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고, 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서 UBRC의 도입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UBRC는 대학과 연계된 노인주거시설로, 미국에는 이미 다양한 실천 사례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UBRC 도입에 적합한 국내 지역대학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UBRC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AFU 이론과 AFU 가이드라인(지표) 및 해외 사례를 근거로 노인 친화학과와 노인 친화 프로그램, 그리고 노인 관련 연구소 및 대학 부속병원의 네 가지 고령 친화 요소를 설정하고, 이를 하나 이상 갖춘 캠퍼스를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정의하였다. 이후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2022년 전국 336개 캠퍼스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실증분석은 두 단계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분석에서는 2022년 기준 전국 공시 대상 대학 중 서울 소재 및 특수목적 대학들을 제외한 336개 캠퍼스를 대상으로 UBRC 도입 가능 캠퍼스 여부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캠퍼스의 물리적·운영적·입지적 요인을 독립변수로 하여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보유면적이 넓고, 사립대학이며, 재학생과 교직원 수가 많은 대학일수록 UBRC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학생 수가 감소한 대학, 인구 규모가 크고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며, 대형병원이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 캠퍼스가 UBRC 도입에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UBRC 도입 가능성이 물리적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대학의 조직적 역량·재정 여건, 그리고 지역사회의 인구 구조 및 인프라에 의해 종합적으로 영향을 받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분석 목적이 인과적 예측이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에서의 잠재 후보 선별과 제도화 방향 모색에 있으므로, 변수 간 관계의 방향성과 통계적 일관성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 분석 결과는 정책적 판단의 기초 자료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두 번째 분석에서는 UBRC 도입 가능 캠퍼스 73곳을 대상으로 고령 친화도 수준을 종속변수로 한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는 전문가 25인을 대상으로 한 AHP 분석을 통해 도출한 고령 친화 요소의 상대적 중요도, 즉, 대학 부설 병원(0.471), 노인 친화 프로그램(0.238), 노인 관련 연구소(0.146), 노인 친화학과(0.145)를 반영하여 산출된 가중치 합으로 설정하였다. 분석 결과, 재학생 규모가 크고, 교직원 수가 많으며, 인구 규모가 크고 8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대형병원이 인접한 캠퍼스일수록 고령 친화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유면적이나 교사시설 확보율 등 물리적 요인은 고령 친화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고령 친화도의 형성이 물리적 환경보다 대학의 운영 역량, 인적 자원,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특히, 교직원 수의 유의미한 영향은 대학 구성원이 UBRC의 잠재 입주자이자 지역 정착 기반 인구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UBRC가 복지시설을 넘어, 대학-지역-은퇴 세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입학생 수 감소를 겪고 있는 지역대학일수록 UBRC와 같은 대안적 모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두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UBRC 도입 가능성은 대학의 물리적 자원, 운영 역량, 그리고 지역적 여건이 상호 작용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넓은 부지를 보유한 대학은 고령자 주거시설로의 전환 및 활용 가능성이 높으며,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어 UBRC와 같은 새로운 전략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신입생 충원율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은 대학이 수익 다변화를 모색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며, UBRC는 그 대안적 전략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 더불어, 교직원의 규모는 UBRC의 잠재적 내부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역적 요인 역시 UBRC 도입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전체 인구 규모가 큰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통 인프라와 생활 편의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UBRC 운영에 유리하며, 고령화가 심화된 지역은 안정적인 고령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대형병원이 인접한 대학은 의료 접근성이 보장되므로 노인 주거시설 도입과 운영에 있어 뚜렷한 환경적 이점을 지닌다.
이를 통해, 고령 친화 요소를 다수 보유한 대학들은 이미 UBRC 도입의 기반 여건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정책 설계 및 제도화 과정에서는 대학의 물리적 규모, 인적 자원, 입지 조건, 의료 인프라, 그리고 제도적 유연성 등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UBRC는 지역대학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사회의 고령 친화 발전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 대안으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UBRC의 도입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로, 지역대학이 직면한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새로운 교육 수요 창출과 고령자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UBRC 모델을 제시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UBRC 도입을 위한 공급 측면의 여건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실제 입주 잠재층인 고령자의 수요 의향, 주거 선호, 학습 및 사회참여 동기 등 행태적 요인은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첫 번째 분석에서 UBRC 도입 가능성을 이분형 변수로 설정하였으나, 고령 친화 요소의 개수(0~3)가 순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에서는 ordered logit model을 적용하여 고령 친화 요소 보유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의 고령 친화 수준에 따른 UBRC 도입 여건을 보다 정교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두 번째 분석은 첫 번째 분석의 UBRC 도입 가능 캠퍼스로 분류된 표본(73개)의 결과로, 대학 집단 전체로의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으며, 표본선택 편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연구에서는 대학의 도입 의사나 잠재 수요자의 인식 등 정성적 요인을 병행 분석하고, 선택모형 등 보정 접근을 검토함으로써 모형의 설명력과 일반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UBRC의 실제 설계·운영 시뮬레이션, 재정 타당성, 제도적 기반 마련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추진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가 후속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대학의 생존 전략과 초고령사회 대응 모델의 정책적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