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세기 후반 이후, 도시축소(urban shrinkage)는 더 이상 일부 도시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보편적인 도시 변화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축소란 인구 감소, 산업 쇠퇴, 기반시설의 과잉 공급 등으로 인해 도시의 인구·경제·공간적 기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Haase et al., 2014).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구가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빈집은 도시축소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적 징후 중 하나로, 도시환경과 지역사회,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유발한다. 환경적 측면에서 빈집은 도시미관을 훼손하고 경관의 질을 저하시킨다. 장기간 방치된 건물은 물리적 훼손과 노후화를 겪으며, 불법 쓰레기 투기, 위생 문제, 악취, 해충 발생 등 2차적 환경 피해를 초래한다(이다예, 2019). 이러한 환경 저하는 인근 주민의 생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 낙인(stigma)을 남긴다. 지역사회 안전 측면에서도 빈집은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의 거점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 무단 침입, 기물 파손, 방화, 불법 점거 등 범죄 행위의 온상이 될 수 있으며,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건물은 붕괴나 낙하물로 인한 물리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Whitaker and Fitzpatrick, 2013). 이로 인해 지역에 대한 안전 인식이 낮아지고, 거주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주택시장 측면에서 빈집은 본래 제공해야 할 주거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주택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기능적 가치가 하락하고, 상당한 비용의 개·보수나 철거가 불가피한 상태에 이른다(Molloy, 2016). 이는 해당 주택의 시장가치와 소유자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고, 인근 부동산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Sadayuki et al., 2020). 이러한 가치 하락은 재정적 파급효과로도 연결된다. 지방정부의 재산세 수입이 감소하고, 세수 축소는 필연적으로 공공시설 유지·보수 및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제한한다(Accordino and Johnson, 2000). 이는 다시 지역 쇠퇴를 심화시키고, 주민이 떠난 자리에 빈집 증가라는 악순환을 촉발한다. 결국, 빈집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자기 강화적(self-reinforcing) 메커니즘을 통해 근린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지역 간 경제·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Elshof et al., 2014; Immergluck and Smith, 2006).
빈집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소유자의 관리 책임을 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전략적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빈집 정비는 2001년 「농어촌정비법」을 근거로 농어촌 지역에서 철거 중심의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접근은 빈집을 농촌 경관과 생활환경을 훼손하는 물리적 제거 대상으로 인식한 초기 단계의 대응이었다. 이후 2016년 「건축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익상 유해한 빈집을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빈집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관리 영역을 넘어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사안으로 제도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나아가 2017년 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빈집 관리의 범위를 확대하여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해당 법은 전국 단위의 빈집실태조사와 빈집정보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함으로써, 빈집 문제를 관리 가능한 데이터 기반 정책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빈집 관리 및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필요시 빈집에 대한 조치명령을 발동하며,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였다. 특히 빈집밀집구역 제도가 도입되면서, 개별 건축물 수준을 넘어 지역 단위에서 집중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로써 빈집 문제는 단일 주택 관리 차원을 넘어, 지역 쇠퇴와 공간적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도시정책의 핵심 의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빈집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빈집이 근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빈집 정책이 단순히 물리적 정비나 행정적 관리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전략적 개입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특히 빈집의 영향은 단순한 수량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동일한 수의 빈집이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밀집·군집하여 나타나는 경우와 광범위하게 분산된 경우는 인근 지역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말해, 빈집의 영향력은 절대적 규모보다는 공간적 분포 패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는 주로 빈집 발생 요인이나 지역 특성과의 단순한 상관관계 분석에 집중해 왔으며, 빈집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공간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빈집의 개수 자체가 중요한지, 아니면 특정 지역 내의 밀집 현상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경험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연구의 공백은 빈집 문제에 대한 공간적으로 차별화된 정책 대응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평균적 효과나 행정구역 단위의 접근을 넘어, 격자 단위의 미시적 공간분석을 통해 지역별 이질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실증적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본 연구는 지리가중회귀모형(geographically weighted regression, GWR)을 적용하여, 빈집의 수적 증가와 공간적 군집 분포가 공시지가와 어떠한 공간적 관계를 보이는지를 국지적 수준에서 탐색하고, 그 관계의 지역별 이질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 ‘빈집’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1년 이상 아무도 거주·사용하지 않은 주택으로 정의한다. 특히 방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지는 유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관리사무소에 의해 유지·관리되는 아파트는 제외하고, 외관상 비거주 여부 확인이 용이한 단독주택 빈집만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단순히 빈집의 수적 규모만을 고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집의 공간적 자기상관성과 군집 특성이 지역별 지가 패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빈집의 절대적 규모와 공간적 분포 형태가 지역별로 상이한 관계를 형성함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특히 기존의 GWR 기반 연구들이 행정구역 단위에서 평균적 관계나 단일 지표에 국한되었던 반면, 본 연구는 격자 단위의 미시적 공간 수준에서 ‘빈집 수’와 ‘빈집 군집성’을 동시에 모형화함으로써, 빈집의 공간적 분포가 지가 형성에 미치는 지역적 차이를 정량적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단일 공간단위 평균효과 중심의 연구 한계를 넘어, 공간적 이질성과 분포 패턴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Ⅱ. 선행연구 검토
빈집은 사전적으로 ‘거주하지 않고 비어있는 집’을 의미하며, 국내에서는 ‘빈집’, ‘공가’, ‘폐가’, ‘유휴공간’ 등의 용어가 혼용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지역 특성과 건축물 유형에 따라 보다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정의를 사용한다.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 지역의 주택·건축물을 대상으로,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빈집으로 규정한다. 반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은 도시지역의 주택을 대상으로 동일한 기간 동안 미사용 상태인 경우를 빈집으로 정의한다. 다만, 빈집특례법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부 주택을 빈집에서 제외하며, 그 대상에는 공공임대주택, 사용승인 또는 사용검사를 받은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미분양주택, 오피스텔을 제외한 준주택, 별장 등 일시적 거주·사용 목적의 주택이 포함된다. 또한, 빈집특례법은 빈집정비사업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되는 특별법이지만, 농어촌 및 준농어촌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시행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이처럼 빈집의 법적 정의와 적용 범위는 법률별로 상이하며, 지역 유형과 건축물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행정자료 기반의 전수조사로, 매년 11월 1일을 기준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신축, 매매·임대, 이사, 미분양 등 일시적 사유에 따른 빈집도 포함된다. 또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건물 전체를 1채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부 세대가 비어 있어도 빈집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인구주택총조사의 빈집 통계는 국가 차원에서 전체 빈집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나, 정책적 관리가 시급한 장기 방치 빈집을 식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정부는 법적 정의와 관리체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빈집특례법과 「농어촌정비법」의 이원적 체계를 보완하고, 도시·농촌을 아우르는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24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전국 빈집 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 등 최근 제도적 논의를 반영한 것으로, 빈집의 발생‒정비‒활용‒철거를 아우르는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집의 발생 원인은 사회·인구학적 요인, 소유자의 행태, 공공정책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이다(Glaeser and Gyourko, 2005; Wang and Immergluck, 2019). 그러나 단순한 자연적 감소보다 사회적 이동의 영향이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지역 간 인구 이동은 산업 구조의 변화, 주택의 부담 가능성(housing affordability), 생활양식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요인들은 이주 방향과 속도, 주거 수요의 공간적 분포를 함께 결정한다. 실제로 주민들은 더 나은 고용 기회, 주거환경, 공공서비스를 찾아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비워지면서 빈집이 발생한다(Hartt and Hackworth, 2020).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지역 경제활동의 위축과 정주 수요 감소를 동반하여, 인구 유출과 빈집 확산을 매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이유진·신혜원, 2024). 나아가 도시 내부의 토지이용 구조 또한 사회·인구학적 요인과 맞물려 빈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토지이용의 다양성은 지역의 기능적 성숙도와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과도하거나 무질서한 혼합은 상업·업무 기능의 집중을 초래하여 주거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빈집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이승구, 2022; Ma et al., 2022).
소유자의 행태 역시 빈집 발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상속 절차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은 장기간 방치되어 빈집으로 남게 된다(이다예, 2020). 또한 소유자는 점유나 유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주택 소유를 통해 얻는 편익을 초과한다고 판단할 때, 주택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조정희, 2020). 파산, 세금 체납, 수리·관리 비용 부담 등과 같은 재정적 압박은 이러한 결정을 촉발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결국 빈집은 시장 여과 과정(filtering process) 속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주택에 대해 소유자가 추가적인 자본 투입을 중단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주택이 물리적·경제적 수명을 다했음을 반영하는 공간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공공정책 또한 의도치 않게 빈집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한수경, 2018; Jeon and Kim, 2020). 한국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한 토지 및 주택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 외곽에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주민들의 구도심 이주를 촉발하여, 기존 도심에는 노후주택이 잔존하게 되었다(이다예, 2020). 특히 대규모 교통망 확충과 기반시설 투자 등 인프라 접근성 개선 정책은 외곽 신도시의 주거 매력을 높이는 반면, 구도심의 상대적 접근성 저하와 투자 위축을 심화시켜 도심부 내 공간적 불균형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교통 접근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외곽 인구 유입과 도심 내 공실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행연구의 결과(이유진·신혜원, 2024)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구도심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사업 지연과 규제 강화로 오히려 지역 쇠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개발 구역 지정은 토지 이용과 건축 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동반해 노후주택의 유지·보수를 어렵게 만들었고(이재건·김의준, 2022), 장기화된 절차는 방치를 유발하며 개발 잠재력을 약화시켰다. 특히 대도시권에서는 복수의 재개발 구역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행정·재정적 한계가 드러났고, 이로 인해 사업 지연과 투자 위축이 누적되었다. 이러한 정책적·제도적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주거지의 쇠퇴가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빈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도시 지역에서 일정 수준의 빈집은 주거 이동성과 시장 유연성을 촉진하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지만, 그 규모가 일정 임계치를 넘어설 경우 주택의 방치와 포기를 동반하며 지역 쇠퇴의 징후로 전환된다(Newman et al., 2019; Park et al., 2021). 이론적으로 빈집이 주변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경로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관리되지 않은 빈집은 물리적 훼손과 사회적 불안을 유발하여 근린의 활력과 안전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인근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킨다. 둘째, 인근 거주자나 소유자는 주변 빈집의 존재를 고려해 부동산 가격이나 임대료를 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빈집을 수요 감소 요인으로 인식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 제약 요인으로 인식하면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Baba and Shimizu, 2023).
빈집이 인근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학계에서 널리 인식되어 왔으나, 그 효과의 크기와 방향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상이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Han, 2019; Suzuki et al., 2022; Turnbull and van der Vlist, 2024; vom Hofe et al., 2019). 특히 해외에서는 포기(abandonment)나 압류(foreclosure)와 같이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의되고 행정자료로 추적이 가능한 현상에 비해, 빈집이 주변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빈집의 발생과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빈집은 그 발생 원인과 유형이 다양하고, 행정자료로 일괄적으로 관리되기보다는 개별 소유자와 지역적 맥락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조사 자료에 의존하거나 특정 사례 지역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쳐왔다(Sadayuki et al., 2020). 이러한 한계는 빈집의 부동산시장 효과가 지역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실증적 근거의 축적을 제약하고 정책적 대응의 정교화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국내에서는 빈집과 부동산시장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아직 드물며, 일부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초기적인 분석 시도가 이루어지는 단계에 있다. 이소영 외(2021)는 경남 지역 307개 행정동을 대상으로 패널 고정효과모형을 적용하여 빈집 증가가 주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빈집 수가 증가할 경우 주변 아파트 가격은 약 2,965만 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개별 주택 수준의 입지 특성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지역적 맥락 변수를 반영하고, 격자 단위의 공간분석을 통해 빈집과 지가 관계의 공간적 이질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손은정 외(2015)는 부산 지역 201개 행정동을 대상으로 공폐가 밀집지역과 근린 부동산 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공폐가 비율이 높을수록 지가가 낮다는 음(‒)의 상관계수를 확인하였다. 홍성효·임준홍(2018)은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폐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며, 빈집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파손의 정도가 심할수록 부정적 외부효과가 확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국내 연구들은 지역 단위에서 빈집의 부정적 영향을 확인하고 있으나, 대체로 자료 접근성과 분석 설계의 제약으로 인해 그 효과의 공간적 차이와 맥락적 특성을 정밀하게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빈집의 영향력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한 연구들이 축적되어 왔다. Suzuki et al. (2022)은 도쿄 대도시권의 인구감소 도시를 대상으로, 장기 빈집이 반경 50m 내 주택가격을 약 3% 하락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주택이 빈집으로 전환된 지 3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빈집 해소 시에는 점차 완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Turnbull and van der Vlist(2023)는 미국 주거 지역의 압류주택을 분석하여, 인근 압류주택이 주변 주택가격을 1.43% 낮추고, 공급 증가 효과를 분리하면 순수 외부효과는 ‒1.27%임을 밝혔다. Han(2019)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방치주택 사례를 통해, 250피트 이내 방치주택의 수가 늘어날수록 인근 주택가격이 0.4%에서 최대 2.7%까지 비선형적으로 감소한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또한 vom Hofe et al.(2019)은 빈집 구조물이 주변 주택가격을 최대 4.1% 하락시키는 반면, 철거 후 신축은 14.1%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효과는 저소득·중소득 지역에서 주로 부정적으로 나타난 반면, 리모델링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고소득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기존 연구들은 빈집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확인하였으나, 대부분 행정구역 단위에 의존하거나 단순히 빈집 수와 가격 간의 평균적 관계를 추정하는 데 그쳐, 공간적 맥락에 따른 지역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격자 단위의 세분화된 공간자료와 GWR을 활용함으로써 지역 내부의 공간적 이질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빈집의 절대적 규모뿐 아니라 공간적 분포와 군집성을 주요 설명변수로 반영하여, 빈집이 지가와 맺는 관계가 도시 구조와 입지 맥락에 따라 지역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Ⅲ. 분석방법 및 자료
본 연구는 빈집 분포와 공시지가 간의 관계가 공간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러한 비선형적·이질적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GWR을 적용하였다. 전통적인 선형회귀모형(ordinary least aquares, OLS)은 모든 관측치에 대해 동일한 회귀계수를 추정하므로, 변수의 영향이 지역별로 상이할 수 있다는 공간적 이질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한편, 공간계량모형은 공간적 자기상관을 고려하여 인접 지역 간 상호의존성을 모형화한다는 점에서 진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회귀계수가 전체 공간에서 일정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변수의 평균적 효과만을 추정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비해 GWR은 각 지점의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회귀계수를 국지적으로(local) 추정함으로써, 공간적 맥락에 따른 설명변수의 차별적 영향력을 직접 반영할 수 있다(Fotheringham et al., 2002). 즉, 동일한 변수라도 특정 지역에서는 강한 부정적 효과를, 다른 지역에서는 약한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GWR은 이러한 국지적 이질성을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GWR은 (식 1)과 같이 표현된다.
여기서Yi는 i번째 위치에서의 종속변수(공시지가), Xik는 k번째 독립변수, (ui, vi)는 해당 지점의 공간적 좌표를 의미한다. βk (ui, vi)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국지적 회귀계수로, 위치별로 정의되는 가중치 행렬을 통해 추정된다. 가중치 행렬은 특정 지점 i에서 인접한 관측치 j와의 거리 dij를 고려하여 정의되며, 일반적으로 커널(kernel) 함수를 통해 설정된다. 커널 함수는 고정형(fixed)과 적응형(adaptive)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대역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반면, 후자는 표본 밀도에 따라 대역폭을 조정한다(김혜영·전철민, 2017). 고정형 커널은 표본이 조밀하거나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지역에서 적합도가 저하될 수 있으나, 적응형 커널은 분포 특성에 맞추어 대역폭을 달리 조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김지윤·김호용, 2021). 본 연구의 자료는 500m×500m 격자 단위로 구축되었으나, 실제로는 산지나 비거주 지역 등으로 인해 일부 격자가 비어 있어 관측치의 공간 분포가 균질하지 않다. 이로 인해 지역별 표본 밀도의 차이가 추정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하여, bisquare 커널 함수와 적응형 대역폭을 적용하였다. 최적의 대역폭은 AICc(Akaike information criterion corrected)를 최소화하는 값을 탐색하여 결정하였으며, 회귀계수는 국지적 가중최소자승법(weighted least squares)에 의해 추정하였다.
(식 2)에서 W(ui, vi)는 지점 (ui, vi)를 기준으로 한 공간적 가중치 행렬이다. 본 연구에서는 GWR 추정 결과의 해석을 위해 OLS을 함께 추정하고, 적합도 지표를 비교하였다. 이를 통해 GWR이 단일 평균계수를 전제하는 전역적 모형보다 공간적 설명력이 우월한지를 검증하고, 나아가 공간적 이질성을 고려하는 접근의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지는 K광역시 구도심 지역에 해당하는 2개 구이며, 분석기간은 2019년으로 한정하였다. K광역시는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과 산업·행정 기능 분산 과정에서 성장 기반을 형성하였으나, 최근 수십 년간 인구 유출과 산업 구조의 약화로 장기적인 정체 국면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근에 새로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와 기능이 이전·분산되는 변화가 발생하였고, 이는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였다. 그 결과 구도심 지역은 노후 주거지의 증가와 상권 침체와 같은 문제와 더불어 빈집 발생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K광역시의 구도심을 도시 축소와 공간 불균형 속에서 빈집 문제의 특성과 파급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적 맥락을 제공한다.
분석의 공간 단위는 500m×500m 격자로 설정하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도보 생활권이 약 500m 이내로 인식되며, 근린지구 단위의 공간적 맥락을 반영하는 동시에 유휴·방치 부동산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한수경·이희연, 2016). 격자 단위 통계는 지역 내 이질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행정구역 기반 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동일한 크기와 형태의 공간 단위를 적용함으로써 소지역 수준에서 균질한 비교와 정밀한 공간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결측치가 존재하거나 산지·호수·하천 등과 같이 비거주·비개발 가능 지역에 해당하는 격자를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총 327개의 격자가 분석에 활용되었다.
종속변수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개별 필지 공시지가 자료이다. 공시지가는 토지의 물리적 특성과 주변 환경을 반영하여 산정되는 대표적인 지가 지표로, 본 연구에서는 격자 단위로 집계된 자료를 활용하였다. 주요 독립변수는 빈집 관련 지표로, 격자 내 빈집 수(ln_vhnum)와 빈집 핫스팟 여부(hh)를 포함한다. 이들 변수는 모두 2019년 빈집실태조사에 기반하며, 조사대상 지역 내에는 총 1,308호의 빈집이 확인되었다. 빈집실태조사는 5년 주기로 시행되는 전국 단위 조사로, 행정자료를 활용한 사전조사, 현장조사를 통한 빈집 여부 확인, 그리고 빈집의 상태와 위해 수준을 평가하는 등급산정조사로 이루어진다. 해당 조사에서 제공된 빈집 주소 정보는 지오코딩(geocoding)을 통해 좌표화하였으며, 이를 격자 단위로 집계하여 격자별 빈집 수를 산출하였다. 또한, 빈집 핫스팟은 동일 자료를 활용해 국지적 공간적 자기상관 분석기법인 LISA(local indicators of spatial association)를 적용함으로써, 공간적으로 유의하게 군집된 지역을 식별하였다.
본 연구는 빈집과 지가 간의 관계를 교란할 수 있는 공통 요인(confounders)을 통제하기 위해, 선행연구에서 주거입지 및 부동산 가치 형성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된 인구학적, 토지이용, 접근성 변수를 포함하였다. 이러한 변수들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2022년 기준 격자 단위 자료와 GIS 기반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구축하였다. 변수 간 연도 차이는 존재하나, 해당 지표들은 단기간에 급격히 변동하지 않는 공간특성을 반영하므로 분석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15~64세 생산가능인구(ln_wpop)는 해당 격자 내 인구 구조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역의 경제활동 및 주거 수요를 통제하기 위한 인구학적 요인이다. 토지이용복합도(ln_mix)는 격자 내 건물 용도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토지 활용도와 기능적 다양성을 반영한다. 토지이용의 다양성은 지역의 기능적 성숙도와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혼합용도가 과도하거나 무질서하게 이루어질 경우 상업·업무 기능의 집중으로 인해 주거 안정성이 약화되고, 오히려 빈집이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이승구, 2022; Ma et al., 2022). 접근성 요인로는, 가장 가까운 고속·고속화철도역까지의 거리(ln_acc)와 가장 가까운 초·중·고등학교까지의 거리(ln_school)를 포함하였다. 두 변수 모두 격자 중심점으로부터 해당 시설까지의 최단 도로 이동거리를 GIS 기반으로 산출하였다. 고속·고속화철도역 접근성은 광역 인프라 투자 및 교통망 확충과 같은 공공정책의 공간적 파급효과를 대리하는 요인으로, 중심지-외곽 간 입지 불균형을 설명하는 변수로 포함하였다(김슬기·김의준, 2023; 이유진·신혜원, 2024). 초·중·고등학교 접근성은 일반적으로 주거환경 요인으로 분류되지만, 본 연구에서는 지역의 인구 유지력과 정주 매력도를 대리하는 사회·인구학적 대리 지표로 활용하였다(Hartt and Hackworth, 2020). 이러한 변수들은 빈집의 발생 및 분포가 지역의 인구 구조, 토지이용, 접근성 요인과 상호작용함을 전제로, 빈집–지가 관계 분석에서 주요 교란요인을 최소화하고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통제 변수로 설정하였다.
<표 1>은 변수 설명 및 기초통계량을 보여준다. 공시지가는 평균 약 0.35백만 원/㎡ 수준이며, 빈집 수는 격자당 평균 3.9호이나 표준편차가 커 일부 격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전체 격자의 약 14%는 빈집 핫스팟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와 토지이용복합도 역시 격자 간 편차가 크며, 특히 접근성 변수는 고속철도까지 거리가 최대 28km 이상으로 나타나 공간적 차이가 두드러진다.
Ⅳ. 분석결과
<표 2>는 전역적 공간적 자기상관(Global Moran’s I) 분석결과를 제시한다. 공시지가는 Moran’s I 계수가 0.698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공간적 자기상관을 보였으며, 빈집 수 역시 0.316으로 유의한 양(+)의 공간적 군집 경향을 보였다. 이는 두 변수가 모두 무작위적으로 분포하지 않고, 인접 격자 간 유사한 값들이 공간적으로 집적되는 패턴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OLS의 잔차에 대해서도 Moran’s I 검정을 실시한 결과, 계수는 0.112로 나타났으며, p값은 0.001 미만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이는 OLS가 공간적 의존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함을 시사하며, 이에 본 연구는 지역 간 상호 의존성을 반영하기 위해 GWR을 적용하였다.
| 변수 | 통계량 | |
|---|---|---|
| 공시지가 (lprice) | Moran’s I index | 0.698*** |
| Z-score | 29.937 | |
| 빈집 수 (vhnum) | Moran’s I index | 0.316*** |
| Z-score | 14.501 | |
<그림 1>은 빈집의 공간적 분포와 LISA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대상지 내 빈집은 총 1,308호이며, 이를 격자 단위로 집계하여 공간적 자기상관성을 검증한 결과, 46개 격자가 High-High 클러스터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격자 자체의 빈집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인접 격자에서도 빈집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공간적 군집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High-High 클러스터를 ‘빈집 핫스팟’으로 정의하였다. 반면, High-Low (HL), Low-High(LH), Low-Low(LL) 유형은 일부 격자에서만 관찰되었다. HL 유형은 해당 격자 자체의 빈집 수는 많으나 주변 격자에는 빈집이 적은 경우로,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다. LH 유형은 반대로 개별 격자의 빈집 수는 적지만 주변에 빈집이 집중된 경우를 의미한다. LL 유형은 해당 격자와 주변 격자 모두 빈집이 적은 지역이다. HL·LH·LL 유형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므로, 본 연구의 주요 분석은 빈집이 밀집된 HH 클러스터(핫스팟)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결과는 빈집의 공간적 분포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후속 분석에서 공간적 맥락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림 2>는 GWR의 국지 결정계수(Local R2) 분포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국지 결정계수 값은 0.25~0.61의 범위에 분포하며, 도심부 및 주요 교통축 인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나타냈다. 반면 외곽부에서는 국지 결정계수가 낮게 나타나, 변수들의 설명력이 지역별로 차별적으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지적 설명력의 차이는 도시 내부의 기능적 위계와 밀접히 관련된다. 도심 및 교통축 주변은 상업·업무 기능이 밀집된 지역으로, 토지이용과 인구 구조의 변동이 지가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 반면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균질한 주거지로 구성되어 있어, 변수 간 공간적 상호작용이 약하고 시장 반응 속도 또한 완만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빈집과 지가 간의 관계가 도시 공간적 맥락에 따라 비균질하게 작동함을 보여주며, 동일한 요인이 지역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3>은 각 독립변수별 국지 회귀계수(Local β)의 공간 분포를 시각화한 것이며, <표 3>은 GWR과 OLS의 추정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특히 <표 3>에는 변수별 계수의 최솟값(min), 최댓값(max), 평균(mean), 표준편차(S.D.)뿐만 아니라, 계수의 부호(+)·(‒) 분포 비율 및 유의한 t-value 비율이 함께 제시되어 있어, 계수의 공간적 변동성과 통계적 유효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GWR 추정 결과를 해석하기에 앞서, 전역적 모형 추정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OLS 추정 결과, 빈집 수(‒), 빈집 핫스팟(‒), 생산가능인구수(+), 토지이용복합도(+), 초·중·고등학교까지 거리(‒)가 유의미한 변수로 도출되었다. 빈집 수는 1% 유의수준에서 음(‒)의 영향을, 빈집 핫스팟은 5% 유의수준에서 음(‒)의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생산가능인구수는 1% 유의수준에서, 토지이용복합도는 10% 유의수준에서 각각 정(+)의 영향을 보였다. 한편, 초·중·고등학교까지 거리는 10% 유의수준에서 음(‒)의 영향을 나타냈으나, 고속·고속화철도까지 거리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형의 설명력을 비교하면 GWR이 전역적 모형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전역적 모형의 Adj R2는 0.321 수준에 그쳤으나, GWR은 0.408로 더 높게 나타났으며, AIC 역시 GWR에서 더 낮게 나타나, 모형 적합도가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GWR 추정 결과, 빈집수의 국지 회귀계수는 최솟값 ‒0.252에서 최댓값 0.061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098로 나타났다. 전체 격자의 86.6%에서 음(‒)의 계수를 보여, 빈집 증가가 대체로 공시지가 하락과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심 남부와 북부의 주요 상업지 일대에서 음의 영향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접근성이 높고 상업활동이 활발해야 할 지역에서도 빈집이 늘어날 경우 시장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상권 쇠퇴 및 주거환경 악화와 같은 부정적 신호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빈집 핫스팟 여부의 국지 회귀계수는 ‒0.464에서 0.574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136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역의 76.5%에서 음(‒)의 값을 보여, 빈집이 공간적으로 군집될수록 공시지가와의 관계가 부(‒)의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도심 접근성이 높지만 주거환경이 노후화된 구도심 경계부와 외곽 주거지에서 음(‒)의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개별 빈집보다 공간적으로 집적된 빈집이 지역의 물리적 쇠퇴와 환경적 열화를 심화시키고, 주변의 사회·경제적 활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공간 패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빈집이 밀집된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 위험이 높고 주민의 삶의 질이 낮아진다는 선행연구(한수경, 2018; Branas et al., 2012)와도 일치한다.
주목할 점은, 앞서 빈집 수가 철도역세권과 같은 특정 교통·상업 중심지에서 국지적으로 강한 음(‒)의 효과를 보였다면, 빈집 핫스팟은 도심 외곽과 북부 주거지 등 더 넓은 공간적 범위에서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즉, 빈집의 절대적 규모가 특정 입지의 시장 신뢰도와 거래 활성도에 직접 타격을 준다면, 빈집의 군집화는 도시 전반의 주거 및 토지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패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빈집 핫스팟이 정비사업 후보지로 주목받으며 잠재적 개발 기대를 반영하는 양(+)의 계수가 관찰되는 지역도 확인되었다. 이는 빈집의 군집화가 도시 쇠퇴의 징후이자 동시에 재개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는 이중적 공간 현상임을 보여준다(전영미·김세훈, 2016; Liang et al., 2020). 따라서 빈집–지가 관계는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으며, 도시 구조적 맥락과 입지적 여건에 따라 상이하게 전개되는 비균질적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수의 국지 회귀계수는 0.001에서 0.144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075로 나타났다. 계수의 부호 분포를 보면, 전체 지역에서 100%가 양(+)의 계수를 가지며, 이는 생산가능인구수가 많을수록 공시지가가 상승하는 방향성을 보편적으로 뒷받침한다. 통계적 유의성 측면에서는 약 58.2%의 지역에서 5% 유의수준에서 계수가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10% 유의수준에서는 64.8%로 더 많은 지역에서 유효성이 확인된다. 지역적 맥락을 살펴보면, 도심부 및 주요 생활권 전반에서 짙은 청색 계수값이 확인되며, 이는 생산가능인구수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지가 형성에 긍정적 영향이 강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특히 중심업무지구 및 교통축과 밀접한 지역에서 계수 값이 상대적으로 높게 분포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인구 집적 효과가 토지가치 상승으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토지이용복합도의 국지 회귀계수는 ‒0.162에서 0.471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13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역의 81.7%가 양(+)의 계수를 보였고 18.4%는 음(‒)의 계수를 보였다. 이는 대다수 지역에서 토지이용복합도가 공시지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의미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준다. 통계적으로는 10% 유의수준에서 약 27.0%, 5% 수준에서 약 23.3%가 유의미하여, 특정 지역에서 선택적으로 강하게 작용함을 시사한다. 공간적으로는 도심부 및 상업·업무 중심지에서 양(+) 효과가 두드러져 기능 혼합의 집적 이익이 지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반면, 일부 주변부에서는 과도한 혼합으로 인한 기능 충돌이나 기반시설 부담 등으로 음(‒)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토지이용의 혼합도가 단순히 기능적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를 넘어, 도시공간구조의 성숙도와 불균형을 반영하는 지표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도심에서는 상업·업무·주거 기능이 조밀하게 결합되어 토지이용의 복합성이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반면, 주변부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용도 혼재가 기반시설 부담이나 생활 불편으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이는 도시 내부의 토지이용 구조가 균형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동일한 ‘복합도’라도 지역의 발전 단계나 공간적 맥락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Ma et al., 2022).
가까운 고속·고속화철도까지 거리 변수의 국지 회귀계수는 ‒0.889에서 0.891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006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부호 분포는 음(‒) 50.5%, 양(+) 49.6%로 균형을 이루며, 계수 평균이 0에 가깝다는 점은 철도 접근성이 지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별로 상반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통계적 유의성 측면에서는 약 58.2%의 지역에서 5% 수준에서, 67.3%의 지역에서 10% 수준에서 유효성이 확인되었다. 계수의 공간적 편차를 보면, 도심부 및 주요 생활권 인근에서는 음(‒)의 계수가 집중되어, 철도역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지가가 높아지는 ‘역세권 프리미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철도 인근의 소음, 혼잡, 환경 부담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지가를 낮추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공간적 비균질성은 동일한 기반시설이라도 도시의 내부 맥락에 따라 상반된 지가 반응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까운 초·중·고등학교까지 거리 변수의 국지 회귀계수는 ‒0.167에서 0.055까지 분포하며, 평균은 ‒0.038로 나타났다. 계수 평균이 음(‒)의 값에 위치한다는 점은 전반적으로 학교와 가까울수록 공시지가가 높아지는 경향이 우세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전체 지역 중 65.8%에서 음(‒)의 계수가 관찰되었고, 양(+)의 계수는 34.3%에 그쳤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의 강도와 방향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도심 남부 및 일부 생활권 중심지에서는 양(+)의 계수가 관찰되어, 학교 인접이 오히려 지가 하락과 연결되는 부정적 효과를 보였다. 이는 교육시설 접근성이 생활 쾌적성에 대한 선호가 우위에 있는 고밀 주거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중심부 남서권과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음(‒)의 계수가 뚜렷하게 나타나, 이러한 지역에서는 학교 접근성이 가족 단위 주거 수요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학교 접근성의 영향은 단순한 거리 효과를 넘어, 지역의 인구 구성과 주거 선호의 차이에 따라 상반된 방향으로 나타난다. 도심의 과밀 지역에서는 생활환경 부담이, 외곽의 정주 지역에서는 교육 인프라 선호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함으로써 동일한 변수라도 공간적으로 비균질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교육시설 접근성이 도시 내 사회·인구학적 구조와 맞물려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GWR을 통해 드러난 이러한 공간적 이질성은 도시 내 정주 매력도와 지가 형성 요인의 지역별 차이를 일정 부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GWR을 활용하여, 빈집의 수적 증가와 공간적 군집 분포가 공시지가와 맺는 공간적 관계를 국지적 수준에서 분석하고, 그 관계의 지역별 이질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빈집이 근린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났으며, 개별 빈집 수뿐만 아니라 군집화된 빈집의 분포 또한 토지가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빈집 수의 증가는 도심 핵심 상업·교통 중심지 등 일부 입지에서 국지적으로 지가를 약화시키는 데 그쳤으나, 빈집 핫스팟은 도심 주거밀집지와 구도심 외곽 등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일관된 부정적 효과를 보였다. 이는 개별 빈집이 입지 특성과 맞물려 제한된 공간에서만 문제를 야기하는 반면, 군집화된 빈집은 생활환경 악화, 상권 쇠퇴, 사회적 불안 요인 등과 관련된 부정적 영향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빈집 관리 정책은 개별 건물 중심의 단편적 대응이 아니라 군집화 수준에 따른 공간적 차별화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군집화된 빈집 핫스팟은 근린 단위의 생활환경 악화, 상권 위축, 사회적 낙인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누적되는 공간으로, 도시 쇠퇴의 초기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핵심 관리 단위라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외곽의 신흥 개발지는 군집화된 빈집이 잠재적 개발 후보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비사업과 개발유도정책을 병행한 선별적 개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빈집이 군집화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쇠퇴형과 전환형을 구분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쇠퇴형 지역은 빈집의 장기 방치, 노후 건축물 집중, 공가의 재활용 가능성 저조 등 쇠퇴 징후가 뚜렷한 구역으로, 공공이 주도하는 생활환경 정비·기반시설 보강·사회안전망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반면 전환형 지역은 개발압력, 교통 접근성, 신축 수요 등이 동시에 존재해 민간 투자로의 전환이 가능한 구역으로, 공공은 민간 참여형 재생·리모델링·용도 전환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공간 회복을 촉진하는 방식이 적합할 것이다. 즉, 동일한 빈집이라도 물리적 노후도, 입지적 성장성, 시장 참여 여건 등에 따라 대응의 주체와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행정구역 단위의 획일적 정비에서 벗어나, 공간 기능과 시장 특성에 기반한 차별적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기존의 빈집 연구가 주로 발생 원인 규명에 치중했던 맥락을 넘어, 빈집이 주변 토지시장과에 미치는 관계의 공간적 이질성을 국지적으로 규명한 초기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빈집의 수와 군집화 효과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빈집 문제가 단순한 양적 증가의 현상이 아니라, 공간적 맥락과 분포 형태에 따라 상이하게 작동하는 관계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학술적·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다만, 본 연구는 현행 빈집실태조사가 장기 패널 형태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시간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 단일 시점의 횡단면 자료에 의존한 분석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분석대상 지역의 등급별 빈집 수가 제한적이어서 등급별 차이를 동시에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제약도 있다. 이로 인해 빈집이 지가에 미치는 시간적 파급효과나 역인과성을 직접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향후에는 빈집 데이터의 장기적 축적과 갱신을 바탕으로, 빈집 발생 기간·방치 지속 정도·활용 여부 등 시계열적 특성과 등급별 차이를 함께 고려한 패널 공간모형(spatial durbin model, spatial lag model 등)을 적용함으로써, 시간적 변화와 공간적 파급효과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빈집과 토지가치 간의 관계가 단기적·순환적 현상인지, 혹은 장기적 문제로 고착되는지를 구분하고, 보다 정교한 정책적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